학교급식 ‘지역농산물 우선 사용’ 과제는? 법제화·안정공급 모델 필요

입력 : 2018-08-10 00:00 수정 : 2018-08-14 00:03
지역에서 생산한 과일 급식하는 비룡초.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농민신문DB

지자체 조례·학교급식법 개정 비용 안 오르는 시스템 마련 등 먼저 풀어야 할 과제 많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은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에 불리하지 않도록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내국민 대우’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일본은 1993년 지금의 GPA 체결 당시 학교급식을 예외조항에 포함시켜 급식재료 농산물에 대해서는 내국민 대우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자국산을 우선해서 사용해왔다.

우리나라는 당시 학교급식이 활성화하지 않아 이런 예외조항을 넣지 못했다. 그렇지만 뒤늦게나마 예외조항 인정을 추진했고, 2011년 12월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8차 WTO 각료회의 GPA 개정협상에서 ‘학교급식을 포함한 모든 급식프로그램의 정부조달에 대해서는 GPA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성과를 얻어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12월15일 개정된 GPA 발효를 위한 수락서를 WTO에 기탁했으며, 우리나라는 기탁일로부터 30일 경과 후인 2016년 1월14일부터 개정된 GPA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학교급식 등에 우리농산물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문구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법률 및 조례 등에 명문화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수출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국제관계는 WTO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협약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랬던 정부가 최근 학교급식 등에 지역농산물을 우선 사용토록 하는 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재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선임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정책을 보좌하는 최 비서관은 경기 여주시친환경급식센터 소장,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추진위원회 추진위원, 서울시학교급식지원심의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을 정도로 공공급식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다. 최 비서관의 공공급식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소극적이었던 정부를 움직였다는 게 중론이다.

학교급식 등에 지역농산물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특히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중앙정부·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조례·내규 등을 개정해야 하고, 학교는 학교급식법을 바꿔야 한다. 학교급식법의 경우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홍성·예산)이 2016년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당시 교육부는 급식예산 증가 등을 이유로 개정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역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해도 급식비용이 높아지지 않는 모델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급식 전문가는 “국내산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농산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농산물은 신선하고 유통거리가 짧아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식을 직영이 아닌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경우 지역농산물을 우선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WTO GPA가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급식에까지 확장해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최 비서관은 “GPA엔 ‘학교급식을 포함한 모든 급식프로그램의 정부조달에 대해서는’이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지자체·정부·공기업·군대 등 모든 공공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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