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협상 난항…농업계 요구사항 논의는 ‘뒷전’

입력 : 2018-07-11 00:00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경영계)과 근로자위원(노동계)들이 2019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계-노동계 줄다리기…노동계 1만790원 요구 경영계는 ‘동결’로 맞서

결정 시한 다가오는데 현물 제공 최저임금 포함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등 전원회의서 논의조차 못해

농업계 “외국인 근로자 숙식 복리후생비에 포함해야” 반발
 


2019년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 시한(14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상 수준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최저임금 결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업계의 요구사항인 현물급여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포함과 지역별·업종별 차등화 등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난항=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경영계)과 근로자위원(노동계)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각자 내년도 최저임금 첫 제시안을 내놨다. 경영계는 동결(시급 7530원)을, 노동계는 1만790원을 요구하며 서로 팽팽히 맞섰다. 노동계가 요구한 1만790원은 올해보다 43.3% 인상된 것이며, 월급으로는 225만5110원이다. 양측의 시급 격차는 3260원에 달한다. 그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는 얘기다.

노동계 요구안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기존 목표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자 기대소득의 보전분을 반영한 결과다. 상여금·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최저임금 삭감효과가 있기 때문에, 논의의 기준점을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이 아니라 7.7% 높은 8110원으로 삼았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노동계는 3일 열렸던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기준점으로 8110원을 제시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요구를 예고한 바 있다.

경영계는 동결로 방어막을 쳤다. 지난해 최초안으로 2.4% 인상을 제시했다가 결국 16.4% 인상으로 결론이 난 경험이 있어, 올해는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 것도 주장했다. 최저임금 지불이 힘든 영세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간 최저임금 격차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에 대한 법정 심의기한은 6월28일로 이미 지났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종 확정 고시일(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법적 효력을 가진다.



◆농업계 요구는 뒷전=이런 가운데 최저임금과 관련해 농업계 요구사항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농업계는 현물로 제공하는 숙식도 최저임금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월25일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정기상여금과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하지만 복리후생비 중 현급지급이 아닌 경우는 산입대상이 아니다. 이는 농업계의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현지통신원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촌지역 일손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 46%가 식사나 숙소 가운데 하나를 현물로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소와 식사 모두 제공받는 경우도 40%에 달한다. 86%가 식사나 숙소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것도 제공받지 않는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충남 논산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상추를 재배하는 김모씨는 “내 돈 들여 외국인 근로자를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이게 복리후생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유럽은 대부분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한다. 프랑스의 경우 근로계약에 명시된 현물급여는 반드시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 사택이나 음식·차량 등 모든 현물급여가 대상이다.

농업계는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도 필요하며,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자국의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고, 미국·러시아·브라질은 연방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외에 주(州)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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