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GMO 표시제, 소비자 알권리 침해

입력 : 2018-04-16 00:00 수정 : 2018-04-17 11:27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주축으로 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이 3월12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원료 기반의 GMO 완전표시제 도입, Non-GMO 표시제 개선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희철 기자

[초점] GMO 표시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공 후 유전자변형 DNA·단백질 안 남을 땐 표시 면제 비의도적 혼입, 3%나 인정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Non-GMO’도 식품엔 못 써

정치권·소비자단체 중심 완전표시제 요구 잇따라
 


“좀 우습게 됐군요.” 올 2월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축사료도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를 하는데, 사람이 먹는 식품은 (GMO 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의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현재 가축사료 포장지에는 GMO 포함 여부가 표시돼 있지만, 식품에는 이런 표시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식품에 GMO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표시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소비자 알 권리·선택권 침해=GMO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생산량을 늘리거나 기능을 향상시킨 농산물을 말한다. 전세계 식탁에 GMO 식품이 널리 퍼져 있지만, 유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에서는 GMO가 사용된 모든 제품에 이를 표시하도록 강제규정을 뒀다. 우리 표시제도 EU처럼 강제하는 것은 같지만, 표시 면제규정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변형(GM) 성분의 유전물질(DNA)이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 표시를 면제하고 있다. 가열·발효·정제 과정에서 원래의 DNA·단백질이 파괴되는 점을 고려하면, 표시제가 오히려 GMO 식품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2015년 식품위생법 개정 논의 때 ‘GMO 표시 기준을 EU 수준으로 높이자’는 국회의원들의 요구가 컸지만, 정부는 ▲식품가격 상승 ▲사후관리의 어려움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이유로 반대했다.

느슨한 규정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2017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내에서 팔리는 438개 가공식품을 무작위 조사했더니 GMO 표시가 있는 식품은 단 2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GMO의 비의도적 혼입률을 3%까지 인정한다. EU의 비의도적 혼입률 허용치는 0.9%고, 중국은 아예 비의도적 혼입을 인정하지 않는다.



◆Non-GMO 표시도 막아=그렇다면 GMO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은 이런 내용을 포장지에 표시할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4월 GMO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Non-GMO’나 ‘GMO-Free’ 기준을 만들면서 비의도적 혼입률을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0.001%처럼 극소량의 GMO가 검출되면, 식품 제조업자는 바로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식약처는 한발 더 나아가 ‘GMO 표시 대상 품목’만을 대상으로 ‘Non-GMO’ ‘GMO-Free’ 표시를 허용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GMO 표시 대상은 콩·옥수수·카놀라·사탕무·면화·알팔파·감자 등 7가지 작물에 불과하다. 7개 품목 외에는 Non-GMO 표시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Non-GMO 표시가 부착된 식품이 수입된 후 이를 가린 채 팔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살림을 비롯한 일부 생활협동조합은 식약처 조치에 항의하는 뜻에서 Non-GMO 표시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개선 요구 잇따라=20대 국회 개원 이후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GMO 표시제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현권·윤소하(정의당, 비례대표)·남인순(민주당, 서울 송파병)·김광수(민주평화당, 전북 전주갑) 의원은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뼈대로 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DNA·단백질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GMO 원료를 쓴 모든 식품에 이를 표시하도록 하고, Non-GMO 표시도 포괄적으로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경실련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주축으로 한 ‘GMO 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도 3월12일 청와대에 ▲원료 기반의 GMO 완전표시제 도입 ▲GMO 식품의 학교급식 사용 금지 ▲Non-GMO 표시제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GMO를 쓴 식품은 ‘GMO’로, GMO를 쓰지 않은 식품은 ‘Non-GMO’로 표시해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MO 표시제 논의는 20대 후반기 국회가 열리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권 의원은 “세계 최대의 GMO 식품 소비국이면서도 GMO 표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은 허술한 표시제 때문”이라며 “GMO 안전성 여부를 떠나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라도 GMO 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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