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강건너 불보듯’ 안돼

입력 : 2008-02-22 00:00

세계 곡물가 폭등, 식품가격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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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으로 식품가격이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이 촉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일고 있는 ‘농지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곡물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새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농지규제 완화는 보다 신중을 기함은 물론 우량농지는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고 농업계는 주문하고 있다.

◆지구촌 식량위협 가중=〈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식량 빈국인 중동지역은 식용유·닭고기 등의 가격이 최근 1년 사이 100% 안팎 오르는 등 국제 농산물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NH투자선물이 분석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주요 곡물가격을 보더라도 19일 현재 콩은 뷰셀(27.2㎏)당 1,337.75센트로 지난해 2월에 비해 76.7%, 밀은 119.85%, 옥수수는 23.1%나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낸 ‘애그플레이션시대의 식량안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에서 세번째로 낮아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식량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은 ▲기상이변으로 공급 감소 ▲식량 수출국의 식량자원주의 확산 ▲바이오연료 생산 증가로 인한 식량·사료용 곡물공급 감소 때문이며, 생산·재고량 감소에 따른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밀가루에 이어 라면·음료값을 올리면서 일부 사재기 현상마저 일고 있다.

◆농지규제 완화 움직임=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일부 언론의 ‘농지·산지 규제 푼다’라는 보도와 관련해 “‘농지·산지 이용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하부 과제가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떠한 것도 확정된 바 없다. 새 정부 출범 후 해당 부처에서 검토해나갈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시중에서는 새 정부 들어 농지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장현창 삼성증권 투자정보센터 연구위원은 “새 정부는 농지와 산지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택지 및 공장용지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건설교통부 등에 “공장·창고의 신·증설 등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해서는 농지 취득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기업들이 사업확장 등을 위해 농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드시 지켜야 할 농지=이른바 알짜배기 땅인 농업진흥지역도 최근 줄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농림부 등에 따르면 2004~2007년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 등으로 편입된 농지 906㏊ 중 96%인 868㏊가 농업진흥지역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 등에 기인한 세계 곡물수급의 긴박성 등을 고려할 때 농지확보, 특히 농업진흥지역을 안정적으로 보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태곤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업진흥지역을 지금보다 더 확보해야 식량위기 등에 대비할 수 있다. 따라서 농촌진흥지역의 확대지정과 농지전용 규제 강화, 농지 이외의 토지 또는 농촌진흥지역 밖의 농지로의 전용 유도 등 종합적인 농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특정 지방자치단체가 농업진흥지역을 활용한다면 다른 지자체에 전용수익 차익의 일부를 제공하고, 그 지역에 더 많이 확대지정하는 이른바 ‘농업진흥지역 총량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2007년 말 현재 논·밭을 포함한 실제 총 농지면적은 178만2,000㏊로, 이 중 농업진흥지역은 89만㏊, 농업진흥지역 밖은 91만㏊다.

◆안정적 곡물 확보 마련 분주=이처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위기론이 확산되자 정부는 사료곡물 등을 해외에서 직접 재배해 반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농림부는 19일 해외농업 개발에 경험이 있거나 이 분야에 정통한 민·관·학계 관계자 30명으로 구성된 ‘해외농업 개발 포럼’ 창립총회를 열고 해외 진출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포럼은 ▲품목·지역별 해외농업 투자·진출 가능성 ▲해외 진출 희망 민간부문 지원 방안 ▲해외농업 개발·투자 관련 정보 인프라 및 해외 진출 농업인 네트워크 구축 방안 ▲생산물의 반입 및 처리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3월께 ‘한국 농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로드맵’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농림업 분야의 해외 진출은 민간투자를 중심으로 러시아·동남아시아 등지에 52만㏊ 규모에 걸쳐 진행되고 있지만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일본은 ‘식료·농업·농촌기본법’에 의거, 농림수산성 예산을 투입해 가며 일본 경지면적의 3배에 이르는 1,200만㏊의 해외농업 생산기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김달중 농림부 차관보와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는 “비상 시 해외 식량자원의 원활한 반입체계를 마련하고, 해외농장에서 생산된 식량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따른 통관·검역 등의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집중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인석·김상영 기자 ischo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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