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째 ‘유령 국회’ 원 구성 서둘러야

입력 : 2022-06-22 00:00

경제위기 속 민생불안 가중

가뭄피해·쌀값하락 농촌도

정치권 샅바싸움 잇단 비판

“여야 한발 물러서 협의해야” 

윤대통령도 “초당적 협력을”

 

최악의 경제위기가 엄습한 가운데 국회 공전이 3주를 넘어서면서 국정과 민생 불안 우려가 높다. 국회는 5월29일 전반기 임기를 마쳤지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는 여야 갈등으로 원(院) 구성을 못한 채 공백기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국민들이 숨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응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가 발표한 민생 대책에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가)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원 구성 지연으로 국회의장도 상임위원회도 없는 ‘유령 국회’가 언제 정상화할지는 안갯속이다. 더구나 여야 의원 50여명이 다음달 중순까지 국외 출장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은 한층 악화하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비는 매일 의원 1인당 42만2369원씩 늘어난다”며 “원 구성도 못한 유령 국회, 무노동·무임금을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각한 가뭄 피해에 국제유가 급등 충격을 정면으로 받은 농촌에선 원망의 목소리가 특히 높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짜인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농민 피부에 와닿을 만한 지원 대책이 담기지 않았지만 국회 문이 닫히면서 하소연할 곳이 없는 탓이다.

농민들은 1ℓ당 700원대였던 면세 등유값이 최근 1400원대까지 치솟아 시설재배를 포기할 지경에 몰렸다. 생산비는 껑충 뛰었지만 강력한 물가관리와 소비부진 영향으로 토마토·오이·수박 등 출하 품목마다 시세가 부진해서다. 강원 횡성의 한 농민은 “정부는 추경을 통한 비료값 지원을 홍보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인상분 80% 지원에 그쳐 농가 입장선 비료값도 사실상 20% 오른 셈”이라며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난방·농기계 가동 부담이 너무 큰데 국회는 말로만 ‘민생 타령’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쌀값 역계절진폭도 최대로 벌어지고 있다. 산지 쌀값은 15일 기준 20㎏ 한포대당 4만5534원으로 수확기(5만3535원)보다 14.9% 떨어졌다. 수확기보다 쌀값이 내려가는 역계절진폭이 이 정도로 커진 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온 45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국회엔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 대책을 촉구할 공식 통로가 없다.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니 정부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반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한 민주당 의원실의 관계자는 “최근 쌀값 문제를 해소하려 ‘정부 시장격리 촉구’ 기자회견을 추진했는데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가 없다보니 구심점이 애매했다”며 “어쩔 수 없이 전북·전남 의원 연명으로 성명을 내고 회견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20일 ‘민생 불안 해소를 위해 신속히 원 구성 마무리하라’는 성명으로 국회를 압박했다. 한농연은 농업분야에 ▲극심한 가뭄 ▲인건비·농기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 ▲유례없는 쌀값 하락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농업·농촌 조세특례 일몰 도래 등 현안이 즐비한데 정치권이 국회를 장기간 공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학구 한농연 회장은 “여야는 국회 공백에 따른 민생 불안에 책임을 갖고 서로 한발씩 물러서 원 구성 협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에 원 구성 협상 마무리를 위한 마라톤회담을 제안한다”며 “이번주 안에 담판을 짓는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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