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체험용 농지 취득 조항’ 존폐 놓고 팽팽

입력 : 2021-05-14 00:00 수정 : 2021-05-1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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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진행된 농지법 개정안 전문가 간담회에 박석두 GS&J인스티튜트 연구위원(왼쪽부터),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 김영호 경기도청 농업정책과장,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김정희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이 출석해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농지법 개정안’ 전문가 의견

주말·체험용 농지

“도농 교류 활성화 등 장점 취득 조건 강화해 유지를”

“정부가 유휴지 이용 조성 해당 조항 전면 폐지해야”

상속·이농 농지 

다양한 이해관계 조율 과제 자발적인 매도 유인 등 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농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입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지법 개정을 통해 농지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총론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는 이견이 적지 않아서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2일 농지법 개정안을 심의하기에 앞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에 관한 학계·농민단체·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의 의견을 들었다.


◆주말·체험용 농지=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 조항에 관해선 ‘유지’와 ‘폐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행법상 비농민은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경우 1000㎡(303평)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현행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 제고를 위해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소유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투기 방지를 위해 농지 취득 조건을 현행보다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사동천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주말·체험 영농은 바르게 정착되면 도시민과 농민간 교류 활성화, 도시인의 여가생활 등 장점이 많다”며 “따라서 이 제도를 유지하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를 차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 교수는 이어 ▲주말·체험용 농지 소유 상한선 축소(1000㎡ → 300㎡ 또는 500㎡) ▲주말·체험 농장 통작거리 부활 ▲주말·체험용 농지 취득 때 농지 분할 금지 등을 제안했다.

반면 폐지하자는 측은 주말·체험용 농지가 투기의 원인이 되는 만큼 농지법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지 투기를 없애려면 이 규정부터 삭제해야 한다”며 “주말·체험 농장은 지자체나 국가기관이 유휴지 등을 이용해 조성하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석두 GS&J인스티튜트 연구위원 역시 “현행 조항을 전면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고, 폐지가 어렵다면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의 전용이라도 금지해 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농지위원회=농지위원회의 권한을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농지위원회 설치는 정부가 3월에 발표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에 포함돼 있다. 시·구·읍·면 단위로 농지위원회를 설치해 농지취득자격 심사를 담당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박 연구위원은 “2009년 폐지된 농지관리위원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농지위원회가 심사를 통한 농지 취득 허가권까지 가져야 하고, 서류 심사뿐 아니라 현장조사·면접조사 등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지위원회가 관할지역 농지라면 취득 연도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차단하는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영호 경기도청 농업정책과장은 “과거 농지관리위원회가 농지 취득은 물론 농지 전용 허가·신고 등 인허가 업무까지 관여하면서 일선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며 “농지위원회의 역할은 농지 취득업무와 농지이용실태조사에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이농 농지=비농민의 합법적인 농지 소유의 통로가 되는 상속·이농 농지에 대해선 농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과제로 꼽혔다. 현재 발의돼 있는 농지법 개정안 상당수는 상속·이농 농지 관련 해법으로 농업생산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는 일정 기간 내 처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비농민이 상속받은 농지를 3년 안에 팔도록 하면 어마어마한 반발과 소송이 발생할 것”이라며 “비농민의 상속농지 소유를 억제하면서 반발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국가기관에 선매권을 부여해 일정 소유기간을 넘긴 상속·이농 농지를 국가가 사들여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때 상속·이농 농지 소유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줘 자발적으로 농지를 매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농민들은 농지를 통해 은퇴 후의 생활을 준비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고령 은퇴농들이 농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농민연금보험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지 임대차, 농업법인=전문가들은 농지 임대차를 양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농지 임대차가 갈수록 느는 상황에서 임대차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면 정확하고 투명한 농지이용실태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위원은 “농지 임대차 신고를 독려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합법으로 인정해주거나 해당 농지에 대해선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예로 들 수 있다”고 했다.

사 교수는 농지 임차료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임대차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농지 투기’ 하면 보통 지가 상승을 노린 경우만을 떠올리지만 차임을 목적으로 하는 농지 투기도 상당하다”며 “연간 농업생산액의 10%를 농지 임차료 상한으로 정하는 등 법적으로 차임 상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또 농지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농업법인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이 정책위원장은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 규정이 너무 허술하다”며 “최소 농민이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인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농업정책과장은 “농업법인이 사업 목적으로 ‘부동산 매매업’을 추가할 때는 법인 설립을 불허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농업법인에 참여하는 농민은 농업경영체 등록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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