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인재 영입 경쟁…농업계는 ‘홀대’

입력 : 2020-01-13 00:00 수정 : 2020-01-14 00:15

농업계 인사 한명도 없어 “말로만 농업 중요” 실망

정의당은 의석확대 기대감 농민후보 전략배치 가능성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표심을 잡기 위해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당이 추구하는 가치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발탁해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농업계 인사는 거론조차 되지 않아 ‘농업패싱’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제6호 총선인재로 법률 스타트업 대표인 홍정민 변호사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경단녀(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의 한계를 딛은 홍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력을 가졌다. 민주당은 앞서 장애인·군장성·법조인·청년소방관 등 각 분야의 인재를 영입했다.

자유한국당도 8일 ‘꽃제비(북한에서 먹을 것을 찾아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어린아이)’ 출신 북한인권단체 대표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를 영입했다. 여야는 공정·혁신·미래·희망 등 한국 사회에 요구되는 가치를 실현할 인물들을 추가로 영입해 총선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각 당은 영입인사들을 비례대표 후보명부에 우선 배정하거나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 후보로 전략공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총선인재 ‘러브콜’에 농업·농촌을 대표할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농민 출신 김현권 후보를 비례대표명부 6번에 올려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대선에서 문재인캠프에 몸담았던 농업계 인사나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관계자 등이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농업계 인재 영입은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 의석확보는 6~7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업계를 특정해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도 농업과 관련한 인재 영입을 고려하는 모습은 없다. 오히려 텃밭인 영남권 등의 농촌지역구 의원들을 통해 농업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류마저 감지된다. 일각에선 농업계가 한국당을 향해 적극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요구할 명분이나 지분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농업계는 실망감이 역력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농업을 두고 말로만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가기간산업’ ‘4차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해 높은 가치를 창출할 미래산업’이라고 치켜세울 뿐이라는 것이다.

김옥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은 “정치권이 농업을 바라보는 실제 인식이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각 당의 농업인재 영입과 농업 관련 공약이 어떻게 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한편에선 정의당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의석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농업계를 배려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냔 차원에서다. 정의당은 19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비례대표 전략배치 여부를 결정한다. 통상적인 경선방식이라면 농민후보는 비례대표 안정권에 들기 어렵지만 전략배치가 이뤄지면 국회 입성의 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민중당은 비례대표 전략명부제를 도입해 농민후보에게 2번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비례대표 의석을 얻으려면 전국 정당득표율이 3%를 넘어야 한다.

김광천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은 “주요 정당에서 청년·여성·미래 등을 강조하며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가치는 농업과도 아주 밀접하다”며 “각 당은 비례대표 후보 우선순위에 농민 등 농업계 인사를 배정해 21대 국회가 농촌소멸 위험을 막고 안전한 농식품의 공급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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