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 논의, 부처간 이견·수도권 대도시 반대 부딪혀 지지부진

입력 : 2018-09-14 00:00

국정감사, 이것만은 짚어보자 (3)고향세 도입-왜 늦어지고 있나

부처간 의견 차이 왜 생기나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지방재정 확대 동의하지만

기재부, 지방세만 확대할 경우 세수 확보 용이한 수도권 유리 비수도권 재정 격차 확대 우려

수도권 대도시 왜 반대하나

유입인구 많아 세수 감소 가능성

농촌지방, 재정자립도 낮고 고령화·저출산으로 소멸위기 고향세 도입 위해 합의해야
 


지방이 그야말로 위기에 처해 있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재정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 도입이 꼽힌다. 하지만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고향세 도입이 왜 늦어지고 있고,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이 처한 상황은=우리나라는 2017년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4.2%를 기록했다. 2016년 13.6%에서 0.6%포인트 오른 결과다. 유엔(UN)에 따르면 고령화율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한다.

농촌의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이번 조사에서 면지역의 고령화율은 28.6%로 전체 고령화율의 2배가 넘었다. 이에 비해 유소년인구(0~14세) 비율은 2017년 9.1%까지 떨어졌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상당수의 지방이 소멸위기에 처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89개(39%)에 달했다. 소멸위험지역의 상당수는 농어촌에 위치해 있다.

재정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행정안전부의 ‘2018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 기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남의 재정자립도는 20.4%로 가장 낮았다. 전북(23.6%)·강원(25.6%)·경북(28.7%)·충북(32.4%) 등 농업 비중이 큰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반면 서울은 82.5%, 인천은 63% 등으로 이들 지자체보다 월등히 높았다.




◆속도 못 내는 고향세 도입 논의=고향세 도입 논의는 지방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즉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하고 세금 일부를 돌려받게 하면, 지자체 재정이 확충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사람도 몰려드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취지가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각계에서 고향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고향세 도입을 약속했고,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에 고향세를 담았다. 정부가 2017년 10월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안)’에도 고향세 도입방안이 포함돼 있다. 고향세 도입을 위해 발의된 법안도 12건이나 된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가 11일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도 고향세 도입 방안이 담겨 있다. ‘자치분권’은 ‘재정분권’과 함께 문 대통령 핵심공약인 ‘지방분권’의 양대 축으로, 종합계획에는 거주하는 지역과 고향이 다른 개인이 고향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기부금액의 일부에 대해 세액공제 등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고향세 도입방안이 담겨 있다. 기부금과 관련한 별도의 계정을 마련하고, 모집액·지출실적 등을 공표하도록 해 기부금 모집과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행안부는 종합계획과 관련해 23개 법령을 제·개정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도입 늦어지는 이유는=부처간 이견 때문이다. 행안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방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행안부는 지방소득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지방세만 확대할 경우 세수 확보가 용이한 수도권과 그렇지 않은 비수도권간의 재정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지방재정과 맞물려 있는 고향세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치분권위가 11일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자치분권의 실행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분권은 기재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발표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종합계획에서도 재정분권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자치분권 로드맵과 비교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다.

자치분권위 관계자는 “이번 종합계획은 자치분권의 기본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후속 조치로 10월말 부처별 실천계획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연도별 세부 시행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대도시들의 반대도 고향세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유입인구 비중이 큰 수도권 대도시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세수가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향세 도입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지방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고향세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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