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평년작만 돼도 ‘과잉’ 걱정…식생활 트렌드 읽어 소비 늘려야

입력 : 2022-09-23 00:00

[기로에 선 쌀산업] (3) 구조적 문제만 외쳐선 안돼

1인당 쌀 소비량 37년째 감소

50년 전의 41% 수준에 ‘불과’

육류 선호도↑…아침식사는↓

간편식·가공식품 등 개발 필요

맛좋은 고품질쌀 생산도 중요

범부처 협력…정책 다시 짜야

 

매년 1월말이 되면 농업계가 걱정하는 일이 있다. 정부에서 내놓는 전년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지나간 해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공식 발표되는데, 수치 자체보다는 올해는 또 얼마나 줄었을까 확인하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쌀값 하락의 원인을 쌀 소비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쌀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소비량이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평년작만 돼도 공급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84년(130.1㎏) 반짝 증가한 이후 37년째 우하향 중이다. 1990년(119.6㎏)부터는 역대 최저 기록을 해마다 갈아치우고 있다.

그래선지 쌀 소비량 자체는 격세지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쌀 소비량은 56.9㎏으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던 1970년(136.4㎏)의 41.7% 수준이다.

지난해 1인당 하루 소비량은 155.8g이다. 하루에 밥을 한공기 반(한공기는 100g) 정도만 먹는 셈이다. 집에서 하루 밥 두공기를 채 안 먹는 것은 2010년(199.6g)부터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수정돼야 할 판이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턴 밥 자리에 ‘고기’를 써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육류(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소비량은 55.9㎏으로 추정됐다. 쌀 소비량(56.9㎏)과 불과 1㎏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연평균 쌀 소비 감소율(2.2%)을 적용하면 올해 예상 소비량은 55.6㎏으로, 당장 지난해 육류 소비량(55.9㎏)보다도 적다. 2022년은 밥이 차지하던 주식 자리를 고기에 내주는 원년일 공산이 커졌다.

쌀이 다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통업계와 소비자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식생활의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아침식사 횟수가 굉장히 줄었다고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아침식사 시장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밥 대신 다른 것을 먹는다는 뜻인데,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주목해 쌀을 재료로 한 간편식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영 대한영양사협회 정책이사(상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그는 “몇년 전 농어촌지역 학교급식 현장을 찾았는데 메뉴가 밥·떡볶이·감자볶음 등이었다”면서 “아이들이 밥을 너무 적게 먹어 탄수화물 권장섭취량을 맞추고자 떡볶이·감자볶음 등을 추가한 것이라는 영양사의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쌀 소비 감소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던 것”이라면서 “식생활 변화에 주목해 이유식, 가정간편식(HMR) 등에 쌀을 접목한 메뉴를 개발해 어린 시절 입맛을 밥에 친숙하게 길들이고 젊은이들의 식습관에 맞는 메뉴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글루텐프리’의 원조로서 쌀을 다시 바라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영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쌀가공식품이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선 이른바 글루텐프리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8%씩 성장해 현재 79억달러(11조205억원) 규모로 커졌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글루텐프리의 대표상품이 바로 쌀 가공식품”이라면서 “글루텐프리 인증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이 오히려 쌀 소비 열쇠를 쥐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임정균 홈플러스 농산총괄본부장은 “‘쌀 소비가 줄었다’는 말보다는 ‘맛없는 쌀을 안 먹는다’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면서 “몇몇 고품질 쌀 품종은 매장에서 들여놓기 무섭게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품질 품종은 수율이 적다보니 농민들은 여전히 다수확 품종 재배를 선호하는데 그건 소비자 외면을 부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농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쌀 소비량 통계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소비촉진 정책을 양정당국만이 아니라 교육부·보건복지부 등 범부처가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아침밥을 먹은 학생이 학업성적이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결국 학생들에게 밥이나 쌀 가공식품을 먹이려면 교육·보건당국과 함께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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