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②] “농정전환 방향, 농생명산업·소비까지 틀 넓혀야”

입력 : 202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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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농정전환 방향은 ②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산물 시장개방 본격화 이후 농업소득·식량자급 모두 악화

규모화 힘 쏟았지만 효과 못내 농산물 부가가치 높이기 위해 농가·기업 연계하는 데 나서야

화장품·약품 원료로 사용 유도 선진국일수록 ‘소비농정’ 중시 ‘생산’ 치중했던 정책 벗어나야

 

농산물 시장개방 이후 농업·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모든 지표는 계속 빨간불이 켜져 있다. 농업생산액은 정체돼 있고 농가들의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시장개방 이후 정부가 농업의 피해를 손놓고 속수무책으로 방관해온 건 아니란 점에서 이러한 사실은 더 뼈아프다. 지금까지의 농정 전략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에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한국농업경제학회장)는 미래 농정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농업의 기회를 발굴하고, 농정 영역을 확장할 것을 주문한다. 임 교수를 만나 농업의 발전 전략을 들어봤다.


- 지난 30년의 농정을 평가해달라.

▶농정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는 ‘농업소득’과 ‘식량자급률’이 있다. 농민에겐 농업생산을 통해 얻는 소득만큼 중요한 건 없다. 식량자급률은 국가 차원에서 자국 농업이 얼마나 활성화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다. 그런데 본격적인 농산물 시장개방 이후 두 지표 모두 악화했다. 농업소득은 수십년째 제자리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곡물자급률은 21%(2019년 기준)에 머문다. 농업·농촌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설정하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한번도 달성한 적이 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제일 낮다.

-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나.

▶복합적이다. 농업부문 예산 홀대, 농업계 역량 부족, 우선순위 선정 실패 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시장개방 이후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농업규모화에 방점을 둔 전략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아무리 규모화에 힘을 쏟아도 국내 여건상 갈수록 오르는 생산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토지·인력·자본의 한계가 분명하다. 농업의 발전 전략을 바꿔야 할 때다. 지금까지 소홀하게 다뤄진 ‘농생명산업’과 ‘소비’를 농정의 중요한 영역으로 세우고, 농업의 틀을 넓혀야 한다.

- 왜 농생명산업인가.

▶2년 전 컨설팅을 위해 남미의 에콰도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에콰도르가 초콜릿에 들어가는 카카오의 최대 수출국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초콜릿 하면 떠오르는 국가는 스위스나 벨기에지 에콰도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콰도르가 원료를 아무리 많이 수출해도 브랜드의 힘을 가진 초콜릿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낸다. 우리도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문화의 경쟁력과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 덕분에 케이뷰티(K-BEAUTY)·케이건강식품 등이 해외에서 인기가 높고, 관련 기업이 뜨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농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는 그린바이오산업을 차세대 국가 주력사업으로 채택했다. 우리 농업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농업부문이 어떻게 기회를 잡을 수 있나.

▶정부는 기능성 식품, 천연물 화장품, 생물의약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농가와 기업을 연계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농산물이 이런 제품들의 소재로 쓰이면 부가가치가 크게 높아진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에만 이득이 되는 게 아니다. 농산물 소비처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 다른 농가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 농정의 영역으로 소비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 농정은 생산에만 치중했다. 하지만 농업 선진국일수록 소비농정을 중시한다. 미국은 농업법의 4번째 편(Title)이 ‘영양프로그램’일 정도다. 또 미 농무부(USDA)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으로 대표되는 식품지원 프로그램에 한해 예산의 80%를 쓴다. 미국은 콩·면화·옥수수 등 주요 경종작물은 가격손실보상이나 농작물보험을 통해 위험관리에 나서지만, 원예작물은 위험관리가 아닌 식품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가격 안정화를 꾀한다. 원예작물은 가격 변동이 심해 위험관리 정책으로는 가격관리가 힘들다는 점을 간파한 결과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먹거리 관련 3개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 농정당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 해소해주고 농생명기업이 원하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한다. 신규 농민 육성에만 나설 게 아니라 농업 전후방산업에 필요한 인재 육성에도 앞장서야 한다. USDA는 농업과 관련 산업이 자국에서 10명 중 1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예산 증대를 통해 농식품부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 농업생산부문은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소득 안전망 장치를 촘촘하게 짜야 한다. 정부는 농가 위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허점이 많다. 재해보험 예산을 다른 일반사업처럼 1년 단위로 짜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재해 발생 상황에 따라 소요 예산은 해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데 예산을 배정된 금액에 맞춰 쓰길 요구한다.

또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현장에서 이행할 수 있는 기구를 지역 단위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공익직불제는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현장에서 이행점검을 담당하는데, 기관 본래의 성격과 맞지 않는 업무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농업회의소가 대안으로 나오지만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중앙정부 산하에 지방 단위 기구를 두고 있는 미국·일본 체계를 따라가야 한다.

오은정 기자, 사진=이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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