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도입·농지은행 강화…지자체 농지관리 역량 뒷받침

입력 : 202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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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계기로 농지관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농지 특별사법경찰제(특사경)’를 도입하고 농지은행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사진제공=한국농어촌공사

농지정책 이젠 바뀌어야 (하) 농지행정

지자체 내 전담 인력 크게 부족 농취증 심사 등 업무수행 한계

농지법 위반 단속할 경찰 두고 농지은행에도 감시 역할 부여

농지원부→농지대장 전면 개편 모든 논밭 대상 관리 한층 촘촘

 

‘0.5명.’

전국 시·군·구와 읍·면 한곳당 농지업무 전담 인력이다. 농지업무 수행 인력은 기초자치단체당 평균 1.3명꼴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여건상 다른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실제로는 한명도 안되는 공무원이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 발급, 농지원부 정비, 농지이용 실태조사, 농지전용허가 심사 등을 전담한다. 농취증만 하더라도 연간 발급 건수가 35만건이 넘고 면적으로도 5만8000㏊가량의 농지가 거래된다. 지자체 공무원 1명이 심사해야 하는 농지가 2300필지에 달한다. 제대로 된 농취증 발급 심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지업무는 기피업무”=일선 농촌 지자체에서 농지업무는 기피 대상 1순위다. 농지법이 워낙 복잡한 데다 사후관리 과정에서 민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지업무 담당자는 인사이동이 잦고 이는 업무 전문성 약화와 부실관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게 지자체 공무원들의 이구동성이다.

지자체의 부실한 농지관리 인력문제는 땜질식 국고보조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담 인력이 빠듯하다보니 농지이용 실태조사나 농지원부 정비 같은 정부사업은 별도의 예산을 들여 보조 인력을 그때그때 채용해 해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지이용 관리지원사업에만 99억4200만원, 농지정보체계 개선사업에는 41억9900만원의 채용 예산이 투입됐다.



◆농지 특사경 도입, 농지은행 기능 강화=이런 상황에서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지자체 농지관리체계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농지관리 실효성을 높이지 않으면 농지가 언제든지 투기꾼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자체 역량 보완을 위해 정부가 꺼낸 카드는 두가지다.

우선 ‘농지 특별사법경찰제(특사경)’ 도입이다. 농지를 취득할 때는 물론이고 농지를 전용하는 등 농지법을 위반한 범죄에 대해 특사경이 수사할 권한을 갖게 하는 것이다. 특사경은 농지 취득 심사와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시·군에 우선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지은행 역할도 대폭 확충한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이 농지를 상시적으로 조사·감시하고 농지정보를 수집·분석·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지자체 농지관리업무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관리직무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단독 심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농지의 실효적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농지공적장부 전면 손질=아울러 정부는 현행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전면 개편한다. 농지원부는 농민(가구)별로 작성되고 1000㎡(303평) 이상의 필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누락된 농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농지대장은 작성기준이 필지별이고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해 농지관리가 한층 촘촘해진다. 예를 들어 농지원부는 농민 A씨의 농지정보를 알려주지만 그가 농지원부를 작성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자체는 농지 소재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농지대장은 필지 중심이기 때문에 해당 농지를 거쳐간 농민들이 누군지 빠짐없이 알 수 있다.

농지공적장부 관할 행정청도 변경한다. 농지원부는 농민 주소지 시·군에서 관리하지만 농지대장은 농지 소재지 시·군이 관할하게 할 방침이다. 관리 방식도 현행 ‘직권주의’에서 일부 ‘신고주의’로 바꾼다. 농지 소재지 관청이 직권관리하되, 임대차 계약 발생 같은 주요 변경사항은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사실 농지원부 개편은 LH 사태 이전부터 추진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0년부터 농지원부 일제정비 계획을 수립·시행하면서 지자체·관계기관,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고, 이 과정에서 농지원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면서 “검토 끝에 지난해 12월 제도 개편안을 내부적으로 확정, 근거 법령인 농지법 개정을 추진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LH 사태에 따른 국민 여론이 농지공적장부 개편에 탄력을 줄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한다.



◆과제는=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농지는 후세들에게 안전한 먹거리 생산기반으로 물려줄 수 있어야 하는 만큼 공적 가치를 접목해 바라봐야 한다”면서 “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의 기능과 예산을 대폭 확대해 농지관리를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등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는 1960년 농업기본법을 제정하고 민간 관리기구인 ‘SAFER’를 설립해 농지 거래를 전담하고 있다. 농업·환경 보호, 영농구조 개선 등 법에서 정한 공공이익을 위해선 농지를 우선 구매할 수 있는 ‘선매권’을 행사하는 한편 일반 거래를 통해 농지를 확보해 청년농, 규모화 희망농가에 제공한다. 김영욱 전남 나주시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은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관리 등 본연의 역할이 있는 만큼 농지은행을 별도의 기관으로 분리해 농지 행정의 주체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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