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새해 이슈] 직불금 못받는 사각지대 존재…신청 자격요건 과감히 손질을

입력 : 2021-01-13 00:00 수정 : 2021-01-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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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3월부터 기본형 공익직불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세종시 조치원읍사무소 공익직불제 접수현장.

[2021 새해 이슈] ③ 공익직불제 개편 

1회 이상 직불금 수령농지 등 진입장벽 있어 제외 농민 불만

영농일지 작성 등 준수사항

모호한 내용 있어 혼란 우려 이행·점검 전담기구 만들어야

임대농지 회수 사례 잇따라 임차 청년농 추가 지원 절실

선택직불제 강화 노력도 필요

 

공익직불제는 문재인정부가 농정의 틀을 바꾸기 위해 도입한 정책수단이다. 쌀 중심, 면적 비례로 지급했던 기존 직불제를 개편해 밭작물을 재배하거나 경작 규모가 0.5㏊ 이하인 중소농에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익직불금 수령농가의 87.3%, 경지면적 0.5㏊ 이하 농민의 92%가 새 제도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종전보다 두둑해진 직불금에 대한 반응인 셈이다. 하지만 직불금 신청 자격에 ▲2017∼2019년 1회 이상 직불금 수령농지 ▲2016∼2019년 1회 이상 직불금 수령농민 등의 요건이 삽입되면서 대상에서 제외된 농가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직불금 규모가 미미했거나 농외소득 조건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았던 농민들이 이런 진입장벽에 걸려 앞으로도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선의의 실경작자가 직불금을 못받는 사례는 정책 불신을 낳게 될 것”이라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빠진 농가·농지를 구제할 수 있는 직불금 자격요건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직불금 수령 조건으로 제시된 준수사항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농가들이 준수사항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현장에서 이행·점검하기에 모호한 내용이 적지 않아서다.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지난해는 시행 첫해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장점검이 계도 위주로 느슨하게 이뤄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며 “영농일지 작성이나 8시간 이상 공동활동 참여 등의 준수사항을 실천·점검하는 과정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불금 신청기관과 이행·점검 기관이 읍·면 사무소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이원화돼 업무가 충분히 연계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직불청까지는 아니어도 현장에서 직불제 신청과 이행·점검을 관리할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직불금 수령액이 커지자 고령농들이 임대했던 농지를 회수해 영농현장으로 복귀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농지를 확보하기 어려워하는 청년농 등의 고민을 더하는 대목이다. 고령농을 중심으로 농지 자산화 흐름이 확산할 경우 적잖은 임차농민의 영농 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 직불제 대상 농민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명진 청년농업인연합회 대외정책팀장은 “청년들 입장에서 농지면적을 기준으로 한 직불금은 수령액이 크지 않고 그나마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농지를 임차하는 경우가 많아 체감 만족도가 낮은 편”이라며 “청년농 가산직불금을 지급하는 유럽연합(EU) 사례 등을 살펴 우리도 청년농 직불금을 추가 지원해주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농정 전문가는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농지 유동성이 저해되고 경영이양이 더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생산 기반이 유전될 수 있도록 일정 연령 이상의 농민을 대상으로 연금 등 별도의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했다.

현행 공익직불제는 명칭과 달리 농가의 소득보전에 주된 초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환경·생태 보전 등에 기여하는 제도로 자리 잡아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기후위기·사회통합·환경보호 등의 가치가 크게 강조되는 시점인 만큼 농업계가 선택직불제를 활용해 탄소 감축, 지역 활력화 등의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공익직불제에는 기존 쌀·밭직불제와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데 현장에선 ‘공익성’에 대한 인식 없이 ‘소득’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공익직불제의 두 축인 기본형·선택형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취약한 선택형 제도를 보강하는 일이 과제”라고 진단했다.

선택직불이 효과를 내려면 공동체활동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개별 농민보다는 지역·마을 단위로 직불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마을엔 농가 개별 소유의 농지 외에 공동관리가 필요한 하천·도로 등의 영역이 있어 선택직불에선 공동체 단위로 환경 개선 활동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공동체마다 원칙을 정해 각 주민의 기여도에 따라 직불금을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선택직불을 확산하기 위해선 전체 직불제 예산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선택직불제 강화와 수혜농가 확대를 위해 2023년 이후 필요한 공익직불제 예산규모를 3조8000억∼5조5000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황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농가에 직접 지출하는 재정지불액은 농업생산액의 11.9%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5∼6%에 그치고 있다”며 “직불금 규모를 현재보다 2배가량 늘리는 재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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