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어린이집 폐원 심각…“정부 차원 대책 마련해야”

입력 : 2020-01-13 00:00
농촌에 젊은이들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어린이집 폐원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농민신문 DB

원아수 줄어 보조금 끊겨 해마다 문 닫는 곳 속출

장수군 산서면 유일 시설 원아 감소로 폐원 위기 닥쳐

군 도움 받아 한숨 돌려 상당수 지자체는 재정열악 전향적 지원결정 쉽지 않아

복지부 지원기준 완화 절실 농식품부 돌봄사업도 확대를



‘농촌이 고령화되고 아이가 줄어들자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다. 젊은이들은 어린이집이 없는 농촌으로 오려 하지 않는다. 농촌은 더욱 늙어간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농촌 어린이집을 살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서어린이집, 폐원 위기서 한숨 돌려=최근 전북 장수군 산서면의 영유아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면에 하나밖에 없는 보육시설인 산서어린이집이 없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원아수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준 아래로 떨어진 것이 문제였다.

1998년에 개원한 산서어린이집은 2000년만 해도 원아가 100명에 이르러 560㎡(약 170평) 공간이 부족했었다. 그렇지만 젊은이가 농촌을 떠나고 아이가 귀해지며 어린이집은 휑해졌다. 지난해 원아는 모두 11명으로 이중 3명이 올 3월 읍내로 떠나면 원아수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끊긴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원아수가 11명 이상인 농촌 어린이집에 원장 인건비의 80%를 지원한다. 또 영유아 교사 인건비는 영아와 유아가 각각 최소 4명, 8명이어야 보조한다.

김영선 산서어린이집 원장은 “지난해 11월 폐원을 결정했다”며 “매달 난방비와 통학차량 기름값만 1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지원마저 끊기면 더이상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도 보육료만으로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버거워 원장 인건비 보조금을 쪼개 교사 월급을 준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나섰다. 학부모들은 ‘농어촌 공공보육 보장을 위한 시민의 모임’을 결성하고 3일에는 ‘산서어린이집 운영정상화 주민설명회’를 열어 어린이집 살리기에 동참해줄 것을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이에 대해 9일 장수군이 응답하면서 산서어린이집은 한숨 돌리게 됐다. 군은 “원아가 적더라도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방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군내 안정적인 보육시설 운영을 위해 조례 개정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촌 살리려면 어린이집 정부 지원 개선해야=이는 비단 산서어린이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왕·과천)에 따르면 2015년 1811곳, 2016년 2174곳, 2017년 1900곳의 어린이집이 폐원했고, 2018년에는 상반기에만 1320곳이 문을 닫았다. 전국적인 문제지만 농촌지역은 면마다 보육시설이 기껏해야 1~2곳뿐이고 교통이 불편해 그마저 사라지면 대안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산서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폐원은 전국 농어촌 공공보육에 대한 문제”라며 “어린이집이 폐원하면 마을의 초·중·고등학교가 줄줄이 없어지고 결국 마을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학부모들은 중앙정부 차원의 어린이집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상당수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는 장수군처럼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선 복지부가 보조금 지원기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복지부는 도시 어린이집은 원아 20명, 농촌 어린이집은 11명 이상일 때 원장 인건비를 지원한다. 도농간 차이를 뒀지만 아이 울음소리가 기삿거리인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기준조차 과하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동아이돌봄센터’ 사업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는 소규모 농촌 어린이집을 공동아이돌봄센터로 지정하고 연간 최대 1370만원을 운영비 명목으로 지원한다. 그렇지만 지원대상이 올해 기준 60곳으로 터무니없이 적고, 지원금액도 매달 100만원 정도여서 어린이집의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수=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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