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건 활용 야생조류 퇴치 ‘주목’

입력 : 202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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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방역요원들이 야생조류 무리를 향해 레이저건을 발사하고 있다.

천안시, 2018년부터 사용 하천 일대 철새 접근 막아

개체수 90% 이상 줄어

다른 지역 AI 확산 지적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퍼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된 철새 등 야생조류. 이 야생조류를 가금농가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게 AI 방역을 위한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다. 충남 천안시는 레이저건으로 이러한 활동을 해 주목받고 있다. 시는 가금농가가 많이 분포한 풍세면 일대 곡교천·봉강천·풍세천 지역에서 야생조류 퇴치작업을 매일 벌이고 있다.

시가 레이저건까지 동원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들 하천 주변 농장에서 그동안 AI가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마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나왔을 정도다. 이들 하천은 수심이 낮은 데다 모래톱이 많아 철새 등 야생조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수많은 야생조류가 이들 하천으로 날아들어 가슴 졸이던 천안시는 2018년 레이저건 사용을 시작했다. 공항에서 버드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총으로 새를 쫓아내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초록색의 레이저 불빛을 야생조류와 그 주변에 발사하는 방식이다. 유효사거리는 2㎞여서 꽤 멀리까지 레이저가 닿는다.

레이저를 맞는다고 새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임미령 시 가축질병관리팀장은 “야생조류의 눈 주위에 레이저를 비추면 새들이 마치 자신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 같은 위협을 느낀다”며 “그래서 이 지역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해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2019년과 2020년 시가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이들 하천의 야생조류 개체수가 90% 이상 감소했다. 주변 농가들도 “레이저건을 사용한 이후 하천변에서 새를 찾아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1월8일 현재 천안에서는 4건의 AI가 발생했지만, 이들 하천 인근 농장에서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은 것도 레이저건의 효과라고 시와 농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레이저건의 가격이 1대당 900만원가량으로 싸지 않다. 바다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가나 과수농가로부터 레이저건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몇번 왔지만 가격을 알려주면 더 이상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또한 레이저건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닭 등 일부 야생조류는 레이저건을 맞고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

이와 함께 레이저건으로 야생조류를 모조리 쫓아내면서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레이저를 맞고 하천변에서 도망 나온 야생조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천안=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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