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이드에 감염된 ‘돌덩이 사과’…피해농가 ‘망연자실’

입력 : 2022-11-25 00:00

민간 육성 신품종 묘목서 발생

과실에 집중 영향 경제적 손실

치료약제 없고 뿌리 통해 전염   

전체 피해규모 가늠조차 못해

내년 착과시기 오면 더 커질것

업체는 ‘묵묵부답’…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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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에서 사과를 재배해온 이상권씨가 지난 1년여간 애지중지 키운 ‘○○’ 사과 묘목 중 10% 이상이 바이로이드에 감염된 것을 확인한 후 망연자실해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바이로이드에 감염된 사과.

“전국으로 팔려나간 <○○> 묘목에서 과실이 열리는 내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민간 육성 신품종 사과 묘목을 심은 농가들의 과수원에서 ‘바이로이드’병 감염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묘목 공급업체는 물론 관할당국도 대응조치 없이 손을 놓고 있어 더 큰 피해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바이로이드는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병원체다. 바이로이드병에 걸리면 감염된 사과나무 잎줄기에는 병징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과실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줘 농가의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 특히 현재 치료 약제가 없는 이 병은 농자재나 뿌리를 통해 빠르게 전염되는데 착과가 돼야 피해 확인이 가능해 문제의 중대성을 더하고 있다.

최동근 전북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보다 바이로이드가 심각한 것은 과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피해 발생 지역을 방치하면 정상적인 관리를 하더라도 건전한 나무까지 감염돼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rda.go.kr)을 통해 과수 바이로이드병 감염이 확인되면 전정가위 소독뿐만 아니라 감염주를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 소각해야 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한다.

산지에서는 이미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 20년 이상 사과를 재배해온 이상권씨(74)도 바이로이드병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씨가 국립종자원에 새로 등록된 <○○>이란 민간 육성 품종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은 경북 소재 A업체가 출원·유통한 신품종이다.

여름사과로 숙기가 빨라 출하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맛도 <홍로>보다 좋아 소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에 1100그루를 계약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올해 7월 공들여 관리한 묘목에서 이상 증상이 감지됐다. 전체 묘목의 10% 이상이 열매가 비정상적으로 작고 딱딱하며 착색이 고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를 잘라 지역 농업기술센터로 보내 검사를 받은 결과, 바이로이드 감염이 확인됐다.

경남 거창에서 27년째 사과농사를 짓는 김창규씨(59)도 <○○> 품종 600그루를 심었다. 이 농가에서 바이로이드 감염 병징이 확인된 것은 10% 정도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감염 사례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갈수록 불어날 전망이다. 김씨 외에 주변 농가 두곳도 추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전체 피해규모는 가늠조차 쉽지 않다. 김씨는 “강원도에서 1만그루가량 심은 농가도 있다”며 “주변 얘기로는 벌써 각 지역에서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바이로이드는 과실이 열려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내년에 착과시기가 도래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바이로이드로 인해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원예원)에 등록된 신고 건은 전국에서 20여건. 그중에 <○○> 관련 신고만 벌써 6건이다. 본지 취재 결과 원예원은 검사를 통해 이 사실을 인지했으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농진청과 지방자치단체간 피해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예원 관계자는 “바이로이드 관련 인력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현재 바이로이드 등 병에 대해 각 지자체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실시간 감염 알림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바이로이드 검사는 원예원과 각 도농업기술원 등 장비를 가진 기관에서만 가능하다. 최민경 전북도농업기술원 연구관은 “과수 화상병은 고위험도로 분류해 신속하게 공문을 발송하지만 사과 바이로이드는 위험도가 최우선 순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농진청으로부터 지역 내 바이로이드 감염과 관련해 전달받은 문서는 없었다. 각 지역으로 전파 가능성이 높아 감염 경로 확인과 대응조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자체가 관련 정보를 요청하지 않는 한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농진청은 일반인에게도 전송 가능한 병해충예측문자발송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으나 관계기관간 기초 피해 정보 공유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게다가 바이로이드가 검출된 지역에서조차 대응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무주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바이로이드로 문제가 된 농가와 묘목 유통업체에 권고 이외에는 아무런 행정조치도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현재 국가에서는 무병 묘목을 심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민간 육성 품종의 경우 이를 관리·대응할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본 농가들은 <○○> 육성과 판매를 같이 하는 A업체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A업체는 묵묵부답으로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농가들은 전전긍긍한다. 피해농가 김창규씨는 “사과는 1년 짓고 끝낼 농사도 아니고 15∼20년 재배기간 동안 우수한 묘목이 제일 중요한 농사인데 민간업체가 묘목만 팔고 책임은 안 지는 행태에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만 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피해농가 이상권씨는 “대책 없는 민간 육성 품종으로 인해 더이상 농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 상황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민간 품종 공급 이후에도 하자가 있다면 해당 민간업자의 품종 등록을 취소하거나 병해관리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주·전주=박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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