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옛 생활용품 가득 채운 ‘능안산방’…“고향 사랑으로 꾸몄죠”

입력 : 2022-09-26 00:00

[이사람] 농촌 전통문화 이어가는 김규식씨

써레·쟁기·꽃가마 등 400여개

20년간 수집…박물관 못잖아

선산 등 곳곳에 노래비도 세워

“후손들이 소중히 간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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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 삼죽면에 농촌 전통문화 전시 공간을 조성한 김규식씨가 직접 수집한 전통 농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 안성시 삼죽면엔 농작물 대신 농촌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시설하우스가 있다. 출입문 근처에 놓인 돌절구와 맷돌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써레·쟁기 등 전통 농기구와 꽃가마·지게 같은 옛 생활용품이 손님을 맞는다. 여느 박물관 못지않게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이곳 주인은 김규식씨(78)다.

김씨는 부모님이 쓰던 물건과 발품 팔아 구한 것들로 이 공간을 채우고 ‘능안산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능안’은 ‘능(陵) 안에 있는 고을’이란 뜻으로 이 마을의 옛 이름이다.

물건을 한두개씩 모아 지금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장장 2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수집한 물건들만 해도 400여개에 이른다. 긴 시간 공들여 이곳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김씨의 고향 사랑이 한몫했다.

“20대 후반에 고향을 떠나 경기 수원과 화성·평택에서 공직생활을 했습니다. 타향살이를 하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마주할수록 옛것이 그리워졌어요. 자연에 둘러싸인 고향집, 어렸을 때 부모님을 도와 벼농사를 짓던 일 등 추억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고향이 농촌이다보니 자연스레 전원생활을 해야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정년퇴직이 다가올수록 꿈을 실현할 가능성도 점점 커졌다. 김씨는 옛 물건을 수집하고, 고향집 인근 부지를 사는 등 귀향 준비에 들어갔다. 은퇴 이후엔 삼죽면으로 돌아와 능안산방을 완성했다. 이곳은 어느덧 친구·지인과 함께 옛 추억을 되새기는 회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씨는 능안산방 외에도 집 주변에 또 다른 볼거리를 조성했다. 마당과 부모님 산소가 있는 선산 입구 등 곳곳에 노래비를 세운 것이다. 전통가요 노랫말과 삽화가 새겨진 비석은 모두 33개에 달한다.

그는 한 가요프로그램에서 향수 어린 노래를 듣고 눈물 흘리던 해외 동포 모습을 보고 감명받아 노래비를 세웠다.

그는 위치마다 주제를 정해 의미 있는 노래비를 뒀는데, 가령 부모님 산소 앞엔 ‘사모곡’과 ‘불효자는 웁니다’를, 밭이 내려다보이는 곳엔 ‘흙에 살리라’를 놓은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옛것을 지키고 고향 사랑을 이어나가겠다는 김씨. 그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정신을 전해주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손들이 능안산방을 비롯해 농촌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이 공간을 소중히 간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성=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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