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물폭탄에 농지 초토화…무너진 집 찾아가려니 도로까지 끊겨”

입력 : 2022-08-10 10:06 수정 : 2022-08-12 08:45

경기 여주 산북면 일대 피해 심각

주민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실”

경기 여주 수해피해 농가 박성남씨(60·주어리)가 폭우가 내리기 전 밭이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이 고추·고구마밭이었다는 게 믿어집니까? 고작 세시간동안 내린 비로 600여평 밭이 초토화됐습니다.”

9일 찾은 경기 여주 산북면 주어리 마을. 양자산 자락에 있는 이곳은 간밤에 쏟아진 폭우로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빗물에 휩쓸려 내려온 토사와 암석으로 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군데군데 뜯겨 나가 있었다. 바로 옆에선 포클레인 4대와 덤프트럭이 굉음을 내며 무너진 집터에서 암석을 나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 박성남씨(60·주어리)는 복구작업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지난밤 하늘이 뚫린 것 것처럼 내리는 비 때문에 무서워서 한숨도 못잤다”며 “날이 밝고 밭으로 가보니 수확을 앞둔 고추와 고구마는 물론 밭이 있던 지반 자체가 무너져 내려 자취를 감췄다”고 망연자실해했다. 그러면서 “한평생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간밤 쏟아지던 폭우를 생각하면 농작물 피해는 차치하고 목숨을 건진 게 감사할 정도”라고 말했다.

주어리 마을을 비롯해 산북면 일대엔 8일 0시부터 9일 오후 10시까지 457㎜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9일 0시부터 오전 3시까지 물폭탄이 집중됐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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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 산북면 도로 피해현장.

박시영(80·주어리)씨는 “새벽에 옆집이 무너지는 걸 보고 몸만 빠져나와 지대가 높은 이웃집으로 대피했다”며 “집 상태가 어떤지 보러 가고 싶어도 도로가 끊겨 갈 수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주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에선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경기 수원 권선구에서 시금치·토마토 등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김창경씨(60·금곡동)는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빼내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농작물 피해도 크지만 양액기가 빗물과 토사에 잠겨 작동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집중호우 피해가 크고 복구에도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피해농가와 주민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김창경씨는 “여름철마다 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농어촌공사에 수로 정비를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는데도 묵묵부답”이라며 “비가 올 때마다 농가들이 마음 졸이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가 큰 여주 산북면 주민들은 산북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박성남씨는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복구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며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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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칠구 경기 여주 금사농협 조합장(오른쪽부터)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양평), 남주현 NH농협 여주시지부장이 산북면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찾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9일 산북면 수해 현장을 찾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양평)과 이칠구 금사농협 조합장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복구작업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산북면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긴급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농협 차원에서도 농가를 비롯한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주·수원=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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