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열대야에 ‘우수수’…제주 노지감귤 농가들, 이상낙과에 속 탄다

입력 : 2022-08-05 15:20 수정 : 2022-08-05 15:40

열매 모조리 떨어지고 검게 타 

올 958건 접수…전년대비 28배

농가 재해인정·보상 호소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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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감귤 재배 농민 장진하씨가 이상낙과 피해를 호소하며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까맣게 말라버린 열매가 달린 감귤나무를 살피고 있다.

최근 제주 지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밤 기온이 25℃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노지감귤 과실 이상낙과 피해를 호소하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사와 농정 당국은 이번 낙과가 정상적인 생리적 낙과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재해로 인한 피해로 보기 모호하다는 입장이어서 농민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이 밝힌 농작물재해보험 감귤 사고접수 현황에 따르면 올 6월1일부터 8월4일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는 농지 기준 총 958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신고 건수(34건)보다 약 28배 많은 수치다. 2020년 접수 건(164건)과 견주더라도 580% 가량 늘었다.

피해 신고는 농가 기준 서귀포시(54곳)보다 제주시(486곳) 지역에서 9배나 많이 접수됐다. 특히 제주시 북동부 지역인 도련·삼양·봉개·조천 지역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서귀포시 지역 최저기온이 25℃ 이상이었던 날은 15일에 그친 반면 제주시 지역은 최저기온이 25℃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날이 모두 24일에 달했고 최고 기온 36℃를 기록한 날도 있었다. 폭염과 열대야로 인한 찜통 더위가 거의 매일 이어진 것이다.

노지감귤은 6∼7월 생리적 낙과기를 거치는데, 무더운 날씨 영향으로 낙과가 정상 범주를 벗어나 과다하게 발생했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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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낙과 현상으로 땅에 떨어진 감귤 열매.


도련2동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장진하씨(54)는 “정상 생리적 낙과라면 한 가지에서 일부 과실만 떨어지고 나머지 과실은 가지에 남아야 하는데, 올해는 가지 전체에 달린 열매가 모조리 떨어진 경우가 많다”면서 “또 대부분 과실이 저절로 바닥에 떨어지는 기존 생리적 낙과와는 다르게 나뭇가지에 달린 채 까맣게 말라버린 경우도 다반사”라고 이상낙과 현상을 설명했다.

인근에서 9917㎡(3000평) 규모로 노지감귤 농사를 짓는 고성주씨(56)도 “감귤 생산 농민이라면 이번 낙과 현상이 평년과 다르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다”며 “농가 입장에선 이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속앓이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것도 이상낙과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낙과가 과다하게 발생해 과수당 과실 수가 적어지면 양분이 남은 과실에 집중돼 상품성이 떨어지는 대과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진하씨는 “그나마 떨어지지 않은 과일도 대과로 자랄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대과는 상품성이 떨어져 가공용으로 팔거나 폐기해야 하기에 생산량이 같더라도 상품 비율이 낮아 소득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농가들의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도 농업기술원은 이상낙과 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도 농기원은 제주시 지역을 중심으로 장마철 강우량이 적은 이른바 ‘마른 장마’와 연일 이어진 열대야 현상이 낙과 증가를 부추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이를 재해라고 섣불리 단정짓기는 곤란하며 앞으로 생육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창희 도 농기원 감귤원예팀장은 “일부 농가에서 과다 낙과가 관찰되긴 하지만 요인을 명확하게 특정하긴 어렵다”며 “앞으로 날씨에 따라 변수가 많아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손해보험은 최근 피해 접수 농가에 대한 현장 실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일부 농가에서 과다 낙과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피해가 확인되면 보상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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