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흰색·황금·초록·은청·붉은색 등, 다섯가지 색깔 나무숲 보러오세요”

입력 : 2022-08-05 00:00

[이사람] 이색나무 수목원장 정성호씨

20년간 외국서 나무 들여와

접붙이기 통해 100여종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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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을 운영하는 정성호씨가 미국에서 직접 들여온 은청색 구상나무 앞에서 나무가 주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는 특별한 수목원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환하게 빛나는 은청색 구상나무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조금 걷다보면 황금빛 메타세쿼이아 숲이 나타나 시선을 가로챈다. 7만6000㎡(2만3000평)에 달하는 이색적인 나무로 가득 채운 주인공은 수목원장 정성호씨(76·백암면)다.

지난 20여년간 외국에서 각종 나무를 들여온 정씨는 접붙이기를 통해 이색나무 100여종을 직접 개발했다.

나무를 유난히 좋아하던 정씨였지만 단순히 취미생활로 정원을 가꿀 뿐 품종 개발까지 하며 수목원을 운영할 것이라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병원 경영이라는 본업을 접으면서까지 수목원 조성에 몰두한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1999년 위암 4기로, 남은 생이 2년 남짓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

위 절제 수술을 마친 정씨는 삶을 정리할 생각으로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미국의 딸네 집에 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미국·유럽 등으로 여행을 하며 한평생 좋아하던 나무와 숲을 실컷 구경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황금색·흰색 나무를 볼 때마다 얼마나 신기하고 아름답던지요. 붉은 단풍잎을 제외하고 초록색 일색인 한국 숲에도 저런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씨는 특히 미국에서 본 은청색 구상나무에 관심이 갔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이지만 1900년대 미국으로 유출돼 품종 개량을 거쳐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구상나무를 비롯한 이색나무를 국내로 들여오기로 하고 까다로운 검역절차를 거쳐 20㎝ 미만의 묘목을 가져왔다. 하지만 한국 기후와 토질에 맞지 않아 나무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정씨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관련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얻고 홀로 공부하며 식물 특성부터 접붙이는 기술까지 나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터득했다. 이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여러 수종의 나무끼리 접을 붙여 다양한 이색나무를 탄생시켰다.

“직접 개발한 나무로 숲을 조성하는 것은 마치 형형색색 다채로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 같았습니다. 좋아하는 나무들과 즐겁게 지내다보니 의사가 선고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씨는 더 많은 이들이 이색나무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년 개장을 목표로 수목원 내 야영장 설치에 매진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묘목 판매에도 나설 예정이다.

정씨는 “흰색·황금색·초록색·은청색·붉은색 등 다섯가지 색깔의 나무 숲을 보고 있노라면 별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다른 분들도 이곳에서 신비로운 경험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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