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채벌레’ 습격에 속수무책…“상추농사 망쳤다” 탄식

입력 : 2022-08-03 00:00

강릉 노지재배 농가 피해 극심 

시설 토마토·고추도 ‘전전긍긍’ 

약제비 부담에 손 놔버리기도

개별 방제 사실상 효과 없어 

“정부·지자체 지원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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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송정동 상추농가 조병주씨가 최근 총채벌레 피해를 본 상추밭을 살피며 한숨짓고 있다.

“폭염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총채벌레’ 때문에 올해 상추농사는 모두 망쳤습니다. 이것 좀 한번 보시라니까요.”

강원 강릉시 송정동에서 3305㎡(1000평)가량 노지상추를 재배하는 조병주씨(57)는 밭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가 보여주는 상추 잎은 모양이 바짝 쪼그라들어 있었다. 조씨는 “최근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총채벌레가 들끓기 시작했다”며 “손쓸 겨를도 없이 총채벌레 기습을 받게 되자 상추들이 생기를 잃고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출하를 포기했다”고 탄식했다.

1983㎡(6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토마토농사도 함께 짓는 조씨는 “하우스 내부에도 총채벌레가 날아들어와 피해를 주고 있어 바싹바싹 애가 탄다”며 “정상적인 수확과 출하가 불가능해 결국 그동안 들어간 영농비가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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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채벌레 피해를 입은 고춧잎.

인근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정모씨도 고추꽃에 달라붙은 총채벌레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극심한 피해를 호소했다. 정씨는 “이미 고추와 이파리 모두 누렇게 말라버려 제대로 수확할 수 있는 고추가 많지 않다”며 “대체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고추농가도 “비가 그치고 다시 폭염이 찾아오면 병충해가 더욱 심해질 것 같아 두려울 뿐”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방제 약제를 열흘 간격으로 뿌려줘야 한다는데 ‘500g 한통에 3만원가량 한다’는 약제비가 고추 판매값보다 더 나올 것 같아 아예 손을 놔버린 상황”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더울수록 활동이 왕성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총채벌레는 일명 ‘칼라병’을 유발하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를 전염해 농작물을 고사시키는 등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성충 1마리가 최대 360개 알을 낳을 만큼 번식력이 강한 게 특징이다.

농가들은 방제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조씨는 “총채벌레 개별 방제를 수시로 진행한다 하더라도 인근 농가들이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다시 벌레들이 출몰하고 TSWV에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가 거의 없다”며 “상추 모종도 갖다놨지만 어차피 심어봤자 결국 또 벌레가 생길 것 같아 아주심기(정식)를 포기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총채벌레는 크기가 1㎜ 안팎으로 매우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다보니 주변 고령어르신들이 벌레 유무를 인지하지 못해 적기 방제를 놓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현장을 둘러본 이한수 강릉농협 경제상무는 “총채벌레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보통 기온이 높아지는 매년 6∼8월경 발생하지만 올해는 5월 때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상추값이 한창 좋을 때 농가들이 수확을 포기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최근 적상추와 청상추 평균 도매가격은 4㎏당 각각 6만원·7만원선으로 나타났다. 한달여 전 평균가가 3만원 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값이다.

최장길 강릉농협 조합장은 “농가들이 피해를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릉시 관계자는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에 따라 농작물마다 뿌릴 수 있는 약물이 각각 달라 항공 공동방제가 쉽지 않다”며 “약제비 지원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강릉=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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