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단속 재개…농촌현장 ‘걱정되네’

입력 : 2022-06-01 00:00 수정 : 2022-06-01 05:59

올해 근로자 임금 껑충 뛰고 인력 없어 불법노동자 활용 

농가·농협 “일손 마련해주고 단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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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박모씨가 아직 수확하지 못한 수박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고 있다. 박씨는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인해 수확과 선별·출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큰 형편이다.

“한창 수확철인데 단속한다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잡아가면 농사짓지 말라는 얘기와 뭐가 다릅니까?”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를 일부라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단속으로 근로자를 잃게 되면 자칫 한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5월 들어 전국적으로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단속을 유예해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시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2년여간 중단됐던 관광비자(C-3) 발급이 이달 1일 재개되는 것도 단속 강화의 이유로 분석된다. 관광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 후 정해진 기간 안에 출국하지 않는 경우가 불법체류자가 되는 주요 경로다.

문제는 영농 현장도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5월19일 저녁 8시쯤 충남 부여의 한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이 APC에는 A씨가 고용한 외국인근로자 6명이 수박 선별작업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이 농협 수박공선출하회가 선임한 작업반장이다.

단속 당시 작업을 하던 6명 가운데 5명은 불법체류자였다. 단속반은 이중 2명을 잡아갔고, 나머지 3명은 도망갔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면서 수박 선별작업은 중단됐고 출하처에 약속한 수박을 보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생물인 수박은 꼭지가 마르기 시작하면 상품성을 잃기 때문에 이 수박을 출하한 박모씨와 공선출하회·농협은 발만 동동 굴렀다.

다음날 농협 직원들이 긴급 투입되고 나서야 선별작업은 가까스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속반이 언제 또 올지 몰라 지역 농민들과 농협 모두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단속을 하더라도 수확기 등 영농철은 피하고 영농 현장을 직접 찾아와 하는 단속도 지양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박씨는 “도심 유흥가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불법체류자를 먼저 잡아가야지 왜 농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까지 건드리는지 모르겠다”며 “한창 수확철에 그것도 영농 현장에 직접 와서 단속을 한다는 것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성토했다.

그는 “내국인 근로자는 아예 일하려는 사람이 없고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려면 월급에다 4대보험까지 가입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할 형편이 도저히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마저도 구할 수가 없다”며 불법체류자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농가가 필요할 때 맘놓고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난 후에 단속을 하더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의 말대로 올해 인건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도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농업분야 국내 체류 인원이 4월말 현재 2만1747명에 불과하다. 2021년(1만7781명)보다는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만4509명보다는 11.3% 적다.

이번 단속에 걸려 5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는 A씨는 “수확을 안하면 수박이 썩어 나가는데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안 쓰겠나”라며 “단속에 걸려 징역을 가더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농민 입장에선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합법근로자를 쓰기 어려워 할 수 없이 불법체류자에게 일을 맡기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단속을 전면적으로 재개한 것이라기보다는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재개 준비를 하는 단계”라며 “이번 APC 단속도 신고가 들어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부여=서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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