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농협, 수급안정 촉구 20㎏ 전년 대비 8867원 폭락
생산과잉·소비침체 ‘첩첩산중’ 3차 매입 없으면 농협 큰손실
“정부, 농협에 책임전가 말아야”

전남지역 농협 조합장들이 16일 예정된 2차 쌀 시장격리 물량 12만6000t 외에 13만t을 추가로 격리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전남지역 농협 조합장 100여명은 전남농협지역본부(본부장 박서홍)에서 ‘쌀 수급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생산과잉에 소비 침체까지 겹쳐 산지 쌀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어 12만6000t 추가 격리로는 현재의 쌀값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며 신속한 3차 추가 격리를 요구했다.
전남농협에 따르면 5일 기준 쌀값은 20㎏ 정곡 한포대당 4만694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67원 하락했다. 산지 재고량도 급증해 전남은 4월 기준 쌀 재고량이 20만5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t에 견줘 두배 넘게 많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수급안정을 위해 16일 12만6000t 2차 격리를 예고한 상태지만 쌀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조합장들의 주장이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이번에 12만6000t을 추가격리해도 여전히 5만t이 과잉 상태”라고 지적했다. 문 조합장은 “더욱이 소비가 급감해 격리가 끝난 뒤에도 쌀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2차 격리 이후 추가로 빠르게 3차 격리를 진행해야 쌀 수급이 안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2차 격리 시 농식품부의 예가(예정 가격)를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구정훈 곡성 옥과농협 조합장은 “지난 1차 시장격리 때 예가가 낮게 책정되는 바람에 쌀값이 오히려 하락한 것처럼 이번에도 예가가 낮게 정해진다면 쌀값은 또 떨어질 것이고 농가들은 쌀을 투매하게 돼 결국 쌀값 하락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격리가 쌀값 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예가를 적어도 1차 격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종진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도 “추가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결국 가격이 문제”라면서 “예컨대 5만원에 공매한다면 시장격리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만큼 예가를 적정 수준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격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농협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 올가을 매입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이기우 영암 신북농협 조합장은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농협에 따라 적게는 5억∼6억원, 많게는 12억∼13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결산도 못할 상황인데 가을에 매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철규 해남 문내농협 조합장은 “벌써 5월이고 금세 6월이 올 텐데 지금 사일로에 있는 벼를 빼내야 올해 쌀을 매입할 수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추가 격리를 하지 않으면 올가을 매입 일정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민 주식인 쌀 수급에 대한 책임을 농협에게 미뤄두고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양용호 광주·전남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장(담양 금성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쌀 생산량 388만t 가운데 농협이 50%가량인 194만t을 매입했고 민간이 20%, 나머지를 정부가 매입했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농협이 대신해준 셈인데, 그 결과로 농협들이 많게는 손실 10여억원을 떠안게 됐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은 “양정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인데 어느 때부턴가 쌀 매입을 농협에 다 떠넘기고 마치 남 일인 양 한다”면서 “쌀 수급 책임은 어디까지나 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농협은 이날 쌀 13만t 추가 격리 요구와 함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 시장격리 때 공공비축미 매입 방식 적용과 수확기 시행 등도 요구했다.
무안=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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