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서도 감귤 주렁주렁…농가 새 소득작물로 부상

입력 : 2021-11-26 00:00 수정 : 2021-11-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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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의 농가 최성증씨가 직접 재배한 ‘황금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안성 만감류 재배 최성증씨 기후변화 발맞춰 작목 전환 

2019년 ‘황금향’ 수확 결실 당도 높아 소비자 주문 폭주

인천 1호 감귤농민 김주철씨 시설하우스 보온관리 철저히

연말까지 2000㎏ 생산 전망 가공품 개발·체험장 운영 계획

 

“경기도에서 제주를 느끼세요.”

경기 안성에서 만감류 <황금향>을 재배하는 최성증씨(74·미양면·황금향농원 대표)가 주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최씨의 시설하우스에 들어서면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주황빛 열매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여기에 향긋한 향까지 콧속을 자극하면 최씨의 말처럼 이곳이 중부지방인지 남녘의 섬 제주도인지 헷갈릴 정도다.

최씨가 <황금향> 재배에 나선 것은 2017년초. 포도농사를 짓던 최씨는 같은 작목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늘면서 수취가격이 하락하자 작목 전환을 시도했다. 주변에서 생산하지 않아 희소성과 경쟁력을 갖춘 작목을 고민하던 중 제주에서만 나오던 만감류가 기후변화로 점차 남부·중부 지방에서도 재배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최씨는 곧장 제주로 날아갔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을 찾아 <한라봉> <레드향> 등 만감류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중에서도 추위에 강하다는 <황금향>을 추천받아 묘목 420그루를 심었다. 겨울철 온도 조절에 온 신경을 쓰고 고급 영양제를 주며 2년간 정성껏 키웠다.

2019년 12월 드디어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처음 수확한 <황금향>은 당도가 14∼15브릭스(Brix)로 높았고 생산량도 9t에 달했다. 올해로 재배 5년차에 접어든 최씨는 제주농가들이 견학 올 정도로 재배기술을 인정받았다. 또 수확철인 11∼12월엔 밀려드는 주문 전화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쁠 만큼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최씨는 “기후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과감하게 작목 전환을 시도한 것이 성공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농업의 위기요인으로 꼽히는 기후변화가 최씨에겐 새 소득원을 찾는 기회가 된 셈이다. 이어 최씨는 “안성산 만감류는 유통거리가 짧아 신선한 상태로 수도권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며 “체험농장을 운영하며 더 많은 도시민에게 제주에 가지 않고도 <황금향>을 수확하는 기회를 선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씨처럼 경기지역에선 감귤·만감류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도 감귤 재배면적은 2019년 7㏊에서 2020년 9㏊로 증가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경기 광주시가 감귤 재배농가 육성에 적극적이다. 시는 2018년∼2019년 ‘기후온난화 대응 아열대 소득과수 도입 시범사업’을 전개했다. 8농가가 1.2㏊의 하우스감귤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지난해 첫 수확에 성공했다. 올해는 10농가가 1.5㏊ 규모로 재배 중이다.

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광주산 감귤을 본격 홍보하기 위해 <팔당애(愛)감귤>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지역기후에 잘 적응하는 과수를 도입·보급해 지역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는 맛 좋은 과일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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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제1호 감귤농민’ 김주철씨가 자신이 재배한 개량종 온주밀감을 수확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제1호 감귤농민’이 탄생했다. 계양구 선주지동에서 개량종 온주밀감을 재배하는 김주철씨(65·김주철의 신선한농원 대표)다. 김씨 농장에서는 요즘 감귤 수확이 한창이다. 비닐하우스 4동 2380㎡(720평)에서 320그루를 키우는데, 연말까지 2000㎏은 수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씨는 “색과 향·맛 모두 제주산 못지않다는 것이 맛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라고 으쓱해했다. 열매꼭지 부분이 <한라봉>처럼 봉긋해 ‘계양봉’이란 이름도 붙였다고.

김씨는 2019년 감귤농사를 시작했다. 인천시농업기술센터의 신소득 과수 육성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묘목을 지원받으면서다. 김씨는 배추를 키워 절임배추로 가공해 팔았는데, 해마다 생산비가 치솟아 새 소득원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체험농장용 작목으로 감귤을 떠올렸다. 딸기만 해도 포화상태인 데다 난방비와 인건비 부담이 만만찮았다. 반면 감귤은 인천지역에는 아직 농장이 없지만 재배지가 이미 경기 남부까지 올라와 있었다.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김씨는 “요 몇년간 배추 키우면서 언피해는 없었다”며 “그만큼 날씨가 따뜻해진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시설하우스는 다겹보온커튼과 보온등으로 겨울을 나는데, 지난해에는 난방비로 겨우내 20만원밖에 안 들었다. 단, 관건은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 김씨는 폐사된 장어 등을 얻어 와 흙 속에 묻어준다. 그러면 나무가 추위와 병에 강해진다. 김씨는 “농기센터 교육도 열심히 듣고, 잘하는 농가의 요령도 배워 농장에 적용해야 한다”며 “덕분에 혼자 힘으로 비닐하우스 4동 감귤농사를 무리 없이 짓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 수확량이 3000∼4000㎏까지 늘 것으로 예상한다. 청귤 가공품을 개발해 체험과 연계하고, 귤 수확기뿐 아니라 봄철 개화기에도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시농기센터는 올초 남동구 도림동 농장 한곳을 추가로 선정해 감귤 묘목을 지원했다. 시농기센터는 인천 감귤이 맛과 신선도 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며, 체험농장 등 6차산업화 면에서도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학윤 시농기센터 소득작목팀장은 “다만 감귤 같은 과수의 경우 처음 2∼3년간은 소득이 없고 실패했을 때 타격도 크다”며 “지역과 농장 여건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성·광주=최문희, 인천=손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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