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용의자 고소해도 경찰은 하세월

입력 : 202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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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기른 농작물을 도둑맞은 경기 양평의 농민 이재수씨가 밭에 설치한 경고 팻말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양평 농가 울분

피해액 무려 1700만원 달해 CCTV 녹화해 경찰에 제출

조사 지지부진…농가 냉가슴

 

“수확을 코앞에 두고 애써 키운 농작물을 몽땅 도둑맞았습니다. 1년 농사 소득이 일순간에 사라져 허망하기만 합니다.”

경기 양평에서 약 1322㎡(400평) 규모로 고추·가지 농사를 짓는 이재수씨(62·양평읍)는 요즘 휑한 밭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밭이 텅 빈 이유는 ‘수확’이 아니라 ‘절도’ 때문이다. 이씨는 수확 직전 농작물 대부분을 도둑맞았다.

절도를 처음 인지한 것은 7월 중순 무렵. 밭일을 하러 갔다가 비어 있는 고춧대를 발견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잘 익은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튿날에는 가지가 없어졌다.

이씨는 지난해 이맘때에도 농작물 절도 피해를 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야말로 범인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00만원을 들여 방범용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달았다. 곳곳에 경고문이 적힌 팻말도 설치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소용없이 농작물은 계속 사라졌다.

범인을 잡아 반드시 처벌받게 하겠다고 결심한 이씨는 CCTV 녹화분을 확인한 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화면 속에는 이웃주민 A씨가 이씨의 밭에서 가지를 따고 있었다. 녹화분을 분석한 결과 A씨는 8월20일부터 9월5일까지 총 11차례 화면에 등장했다. 일면식 없는 한 남성이 한차례 이씨의 농작물을 가져가는 장면도 있었다.

이씨는 CCTV 화면을 양평경찰서에 제출하고 이들을 고소했다. 증거가 확실한 만큼 금방 손해를 보전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두달가량 지난 현재까지도 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A씨와 남성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경찰 조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사를 서둘러달라는 요청에도 기다리라는 경찰서 측의 답변만 돌아왔다.

농작물 절도는 매년 수확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지만 피해농가는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탓에 이씨는 아무런 배상도 못 받고 수사가 유야무야 종료될까봐 걱정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도둑맞은 고추·가지 값과 비료·영양제 비용 등 추산한 피해액만 무려 1700만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알고 지내던 이웃의 소행이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이씨는 “A씨는 더울 때나 비 올 때나 내가 농사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며 “그 역시 농사를 짓는데 어떻게 다른 농민의 농작물에 손댈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고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며 “하루빨리 사건이 마무리돼 이 상황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평=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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