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농산물 절도 기승…멍드는 농심

입력 : 2021-11-24 00:00

한해 500여건씩 지속 발생

농촌 방범카메라 설치 적고 신고 늦어 범인 추적 어려워

범죄수법도 매년 치밀해져 검거율 30~40%대 머물러

“경찰 순찰 강화·전담팀 필요”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A씨는 10월 중순께 자식같이 기른 배를 도난당했다. 수확한 배 4.5t(600만원 상당)을 저온창고 옆에 쌓아놨는데 밤새 누군가 몽땅 가져간 것. A씨는 “과수원 주변 주민들 말로는 새벽 2∼3시에 개들이 심하게 짖었다니 그때 도둑이 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남원읍·표선면 일대 과수원 5곳에 침입해 약 1000㎏(500만원 상당)의 <황금향>을 훔쳐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아넘긴 혐의로 B씨를 구속수사 중이다. B씨는 10월초부터 한달여간 차량으로 범행 장소를 물색했고, 주인 없는 농장에 몰래 들어가 <황금향>을 직접 따서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마을에서 고랭지배추 농사를 짓는 최선동씨(55)는 매년 경작지 주변에 ‘농작물 절도행위 금지’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건다. 특히 올해는 ‘배추값이 금값’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며 주인 허락 없이 밭에서 배추를 뽑아 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주민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농산물 절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A씨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 절도 사건은 전국적으로 한해 500여건씩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검거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7년∼2021년 7월 발생한 농산물 절도 사건 2380건 가운데 범인을 잡은 것은 1025건(43.1%)에 그쳤다. 범인 검거율은 2017년에만 55%로 절반을 넘겼을 뿐 매년 30∼4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농산물 절도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경기 남부와 충남은 검거율이 각각 35.3%와 32.8%에 불과했다.

검거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농산어촌지역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많이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절도 사건의 확인과 신고가 늦어 절도범 추적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범죄 수법도 치밀해지고 있다. 경찰은 B씨에 대해 “직접 가위로 <황금향>을 딴 후 미리 준비한 상자에 담아 승용차 트렁크·좌석 등에 실어 훔쳤다”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농산물 절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수준이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씨는 “한창 수확 중인 밭인데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수확이 끝난 것으로 오해해 무나 배추를 뽑아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한두포기쯤은 절도가 아니라 서리’라는 등 가볍게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도 엄연히 범죄”라고 단언했다.

박 의원은 “농산물 절도는 농민들에게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을 도난당했다는 깊은 상실감을 주기 때문에 죄질이 나쁜 범죄”라며 “경찰은 도난 우려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범죄 발생 때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검거율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산=서륜, 서귀포=심재웅, 강릉=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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