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배추 주산지 무름병 창궐 …때이른 한파까지 ‘야속’

입력 : 2021-10-20 00:00 수정 : 2021-10-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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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서면의 배추밭. 가을장마 등으로 무름병이 발생한 배추가 상품성을 상실한 채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다.

강원·충남·충북·전남 피해

가을장마 뒤 기온 상승으로 짓무르기 시작…상품성 ‘뚝’

짙푸른 밭은 찾아보기 어렵고 누렇게 변한 배추 퀴퀴한 냄새

 

“배추농사를 30년 지었지만 이렇게 무름병이 심하긴 처음이네요. 출하를 앞두고 있는데 올해 농사는 다 망친 것 같습니다.”

18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에서 약 3.6㏊(1만1000평) 규모로 가을배추농사를 짓는 이원근씨(66·서상1리)의 밭을 찾았다. 수확 준비로 한창 분주해야 할 시기지만 밭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배추밭 특유의 짙푸른 색 대신 푸석푸석해 보이는 누런색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파리가 누렇게 변한 채 녹아내린 배추였다. 밭 곳곳에선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씨는 “가을장마 뒤 기온이 갑자기 오르자 배추가 서서히 짓무르기 시작한 게 2주가량 됐다”며 “가뜩이나 배추 한망(3포기)에 3000원을 받을 만큼 시세도 형편없는 마당에, 병해로 인해 상품 가치까지 잃으니 앞으로 농사짓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망연자실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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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결성농협의 한종혁 과장대리(왼쪽)와 농민 서옥성씨가 무름병이 크게 발생한 서씨의 배추밭에서 물러진 배추를 살펴보며 방제법을 논의하고 있다.

현장을 함께 찾은 김정운 서춘천농협 영농지도 차장은 “서면지역의 배추 재배면적은 약 150㏊로 집계되는데 현재 여기저기 둘러봐도 성한 배추를 찾기 힘들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띄엄띄엄 배추들이 살아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면 수확작업 자체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작업반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때이른 한파로 인한 생육부진도 곳곳에서 관찰됐다. 이씨가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배추 한포기를 뽑아 속을 살피자 결구가 제대로 되지 못한 모습이 드러났다. 이씨는 “한파가 계속 위세를 떨치면 남아 있는 배추들도 생육부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갑균 서춘천농협 전무는 “생육기 초반엔 기상 호조 등으로 농가들의 기대감이 컸는데 가을장마와 한파 등으로 피해를 보게 돼 안타깝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상 차원으로 경지면적에 비례해 영양제를 지급한다고 하던데 더욱 광범위하고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횡성군 청일면 일대 양상추밭에서도 겉잎이 누렇게 변해 녹아내린 무름병이 나타났다. 농가 등에 따르면 지역 내 피해면적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충남지역 가을배추 주산지 가운데 하나인 홍성군 결성면 일대에서도 무름병이 확산세다. 9월초 아주심기(정식) 이후 비가 계속 온 데다 기온까지 높았던 게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2640㎡(800평) 규모로 배추를 재배하는 서옥성씨(73·결성면 읍내리)는 “최근 들어 배추가 하나둘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밭 전체로 급격히 번지고 있다”며 “약을 사다 여러번 쳤지만 피해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생산량은 평소보다 3분의 1은 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씨는 지역에서 배추농사를 잘 짓기로 유명하다.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이렇다 할 병 없이 배추를 문제없이 재배해왔다. 그런 서씨조차 올해는 무름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한종혁 결성농협 지도판매 과장대리는 “무름병은 세균성 병인 탓에 비가 오면 확산을 막기 어렵다”며 “정식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는 등 올해 가을 날씨는 배추를 재배하기에 최악”이라고 말했다.

김장철 절임배추 주요 생산지인 충북 괴산지역에서도 무름병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재배 물량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농가와 농협 등에 따르면 가을철 고온과 잦은 비로 가을배추의 무름병 발생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논 등 물빠짐이 좋지 않은 곳에 있는 배추밭의 피해가 크다. 이로 인해 괴산지역 가을배추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승수 괴산농협 지도경제 과장은 “올해는 가을철 이상기후로 배추의 무름병 피해면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심한 곳은 피해율이 50%에 달한다”면서 “농협의 가을배추 계약재배 물량이 2000t가량 되는데, 무름병 확산으로 인해 출하물량이 10∼20%는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지역에서도 주산지 해남을 중심으로 배추 무름병 등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9월 중하순 정식기에 잦은 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해보인다. 전남농협지역본부에 따르면 해남의 산이ㆍ화산ㆍ황산ㆍ화원 지역과 진도에서는 지역에 따라 15∼30%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배추는 무름병 피해가 가장 많고 뿌리혹병ㆍ웃자람 등으로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횡성=김윤호, 홍성=서륜, 괴산=류호천, 해남=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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