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취재] “물류창고 배수로 공사 한다면서 수차례 농지 침해”

입력 : 202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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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장안면 사곡리의 한 주민이 사유지 침해를 막기 위해 밭 가장자리에 설치한 울타리를 가리키고 있다.

[희망취재] 화성 장안면 농가-건설업체 갈등

2019년 5월 시작된 공사 인부들 밭 침범하며 훼손

참다못해 공사 막고 항의하니 업체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농가 울타리 설치 ‘고육책’

 

경기 화성시 장안면 사곡리의 한 고추밭. 최근 이곳에서는 여느 농촌마을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밭 가장자리를 따라 울타리가 둘러져 있는데, 듬성듬성 널빤지를 박고 노끈으로 이어놓아 한눈에도 허술해 보였다. 일부 구간에는 나무도 심겨 있지만 어설퍼 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이 밭의 주인 윤모씨(62)는 가족을 총동원해 3개월에 걸쳐 울타리를 두르고 나무를 심었다. 이들이 굳이 수고해가며 이같은 작업을 한 것은 인근에서 진행 중인 물류창고 배수로 공사로부터 밭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울타리와 나무는 말하자면 ‘사유지이니 침범하지 말라’는 항의를 담은 경계선인 셈이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가 막 시작된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장비를 몰며 공사하던 인부들은 윤씨의 밭을 훼손했다. 폭 3m에 불과한 좁은 농로에 하수도관을 매설하는 작업을 하다가 농로와 맞닿은 윤씨의 밭을 침범한 것이다. 수차례 같은 일이 반복되자 윤씨는 남편 김모씨와 함께 공사를 막고 항의했다. 하지만 창고 소유자와 건설업체는 하수도관을 묻는 토지는 국유지로, 이곳을 관할하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 후 진행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윤씨 부부가 공사를 방해했다며 경찰서에 고발했다. 부부는 벌금 150만원을 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사 중단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윤씨 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윤씨 부부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은 공사가 진척되면 더 많은 이가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개발행위를 허가한 화성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서 주민들은 “해당 개발행위는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했고, 앞으로 더 큰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는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주민들과 합의가 있기 전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는 “향후 하수도관 매설공사 과정에서 사유지를 경유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감독에 철저함을 기할 것”이라는 답변만 내놓았지만, 2년여 흐른 지금까지도 공사는 진행 중이다. 윤씨 부부는 변호사를 통해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유지 훼손이라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주민을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공사 진행과 관련해 의견을 정리해오면 개발행위자와 논의해 반영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이야기한 상태”라며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화성=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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