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급감 속 생산량 증가…반토막 난 무값에 농가 냉가슴

입력 : 202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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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랭지무 시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강원 홍천군 내면에서 무농사를 짓는 박우식씨가 수확한 무를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다.

홍천 고랭지무 주산지 가보니

코로나 장기화…외식경기 침체 식재료 소비 줄며 가격 하락에 유례없는 작황 호조 ‘설상가상’

무 20㎏ 2000~7000원 수준 “1만2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농가 “정부 산지폐기 나서야”

 

강원도 고랭지무 생산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홍천지역 무 재배농가들이 일제히 깊은 시름에 빠졌다. 올해 무 시세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 산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돼 외식 경기가 얼어붙고 식재료 소비가 급감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상황이 이런데 최근까지 기상여건이 좋아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거기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막히자 작업인력이 적기에 투입되지 못한 채 뿌리가 비대해져 상품성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농가들은 무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지금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반토막 난 무값에 바짝 갈라진 농심=7일 오전, 고랭지무 대표 산지인 홍천군 내면 일대를 찾았다. 이곳의 무 재배면적은 약 495㏊(150만평)에 달한다. 평균 해발 700m 이상의 고지대로 연중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자연환경을 활용, 땅속 감자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무를 심었다가 추석 전후 함께 수확하는 형태의 이모작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9.9㏊(3만평) 규모로 무를 재배하는 박우식씨(67·광원1리)는 출하를 앞둔 무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그만 고개를 떨궜다. 박씨는 “도매시장에서 무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최소 1만2000원 이상 받아야 하는데 올해는 2000원부터 시작해 잘 받아야 7000원 수준”이라며 “무농사 3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고 허탈해했다.

이웃농가 이은재씨(56·창촌2리)도 얼굴이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애써 생산해 시장에 출하해봤자 작업비·운송비·상자값 등을 제하고 나면 수확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땅 밑에 있는 감자를 캐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를 뽑아 폐기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충재 내면농협 지도상무는 “올해 무 생산량은 9월말 기준 1만1295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0t 이상 늘었지만, 시세가 크게 내린 탓에 출하금액은 오히려 24억원가량 줄어든 기현상이 발생했다”며 “향후 기대되는 시세 반등요인도 마땅히 없어 낙담하는 농가가 많다”고 전했다.

◆소비부진에 작황호조 겹쳐 ‘이중고’=농가들은 올해 무값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기상여건 호조에 따른 유례없는 작황 호조 등을 꼽았다. 소비부진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단수가 평년작 이상 나오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장창봉 내면농협 전무는 “올해 큰 태풍 없이 일조량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데다 비가 자주 내려 최상의 생육조건이 형성됐다”며 “보통 1개당 2㎏ 안팎이어야 하는 무 중량이 수확기가 되자 6∼7㎏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중단돼 작업인력이 적기에 투입되지 못한 것도 시세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제때 수확하지 못해 뿌리가 비대해진 탓에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값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김학진 내면농협 판매팀장은 “보통 수확 작업팀은 전부 외국인 근로자인데 이들이 국내로 거의 못 들어오다보니 올해 농가가 체감하는 인력난이 유독 심각했다”고 말했다.

◆농협, 대책 마련 부심…농가, 산지폐기 요구=내면지역 무값은 지난해에도 추석 이후 내림세를 타며 2만원 이상 하던 20㎏들이 상품 한상자가 1만3000원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자 내면농협은 작목반장·산지유통인 등 관계자들을 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서울 가락시장으로의 출하를 이틀간 멈췄다. 시장 반입량을 줄여 재고물량을 최대한 소진함으로써 시세 하락을 선제적으로 막아보자는 판단에서였다. 이와 동시에 농협은 다른 지역으로의 무 출하도 최대한 줄이며 무값 지지에 앞장섰다.

그러나 올해 무값이 더욱 큰 폭으로 내리자 대책 마련에 애먹고 있다. 강원도와 강원농협지역본부 등도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묘수를 제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농가들은 정부가 산지폐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농민 박씨는 “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농가가 산지폐기를 선택하면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호 내면농협 조합장은 “산지폐기에 따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이달말경부턴 고창지역 가을무와 제주 겨울무가 차례로 출하를 앞두고 있어 시장격리 조치도 실효성이 적을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무값 하락 사태를 매년 겪으며 농민들의 고충과 허탈감이 큰 만큼, 행정기관 등과 머리를 맞대 농가 지원책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풋고추 시세도 크게 내려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내면농협에 따르면 올해 지역 내 풋고추 생산량은 9월말 기준 2233t으로 전년 동기 2137t과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출하금액은 지난해 91억여원에서 올해 52억여원으로 주저앉았다.

홍천=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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