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나는 자식·손주들…추석 준비 ‘콧노래’가 절로

입력 : 202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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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양양전통시장을 찾은 탁주철(78)·조옥남씨(72) 부부가 추석 때 모처럼 고향을 찾아올 손주들에게 줄 햇땅콩을 구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으로 제한적이나마 가족모임 가능

“지난 설엔 얼마나 적적했던지” 장보러 나온 노부부 손길 분주

가족 볼 생각에 힘든지도 몰라 “이렇게 추석 기다려지기는 처음”

 

추석을 열흘가량 앞둔 10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양양전통시장. 장날이 아닌데도 이것저것 제수용품을 고르는 손길로 곳곳이 분주했다. 바닷가와 인접한 시장임을 증명하듯, 좌판에는 좍 깔린 싱싱한 활어들과 문어·마른오징어가 금세 눈에 띄었다. 이에 질세라 최근 제철 맞은 송이와 곰버섯·싸리버섯 등 각종 임산물도 특유의 은은한 향으로 시장을 누비는 손님들을 유혹했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추석 준비로 여념이 없는 탁주철(78)·조옥남씨(72) 부부를 만났다.

“코로나19가 뭐라고, 1남2녀 자식에다 손주들까지 줄줄이 있는데 지난 설 때도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보고 얼마나 적적했는지 원. 매일 밤 잠자리에 들라치면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머릿속에 어른어른해. 그래도 이번 추석에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합쳐 여덟명까진 집에서 가족모임이 가능하다고 하니 어찌나 다행인지 몰라. 그래서 저기 멀리 법수치리에서 큰맘 먹고 일찌감치 장 보러 나왔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한 이들 부부의 장바구니에는 두툼한 돼지고기와 은빛 생선 몇마리가 들어 있었다. 이 동네 제사상에 결코 없어선 안된다는 문어 다리도 보였다. 이미 양손 가득 물건을 들었는데도 할머니는 아쉬운 듯,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끌고 연신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대며 시장을 쉬이 떠날 줄 몰랐다. 이윽고 노부부의 발길은 직접 농사지은 과일 등 농산물을 들고 나온 정정자씨(77)의 좌판에 이르렀다.

“요새 자두랑 황도가 정말 달콤혀요. 참, 햇땅콩이 나왔응께 한 됫박 담아 가서 볶아 잡숴봐요. 얼마나 고소헌지.”

땅콩을 유난히 좋아하던 손주 생각이 스치자 할머니는 서둘러 지갑을 열고 1만원짜리 한장을 건넸다. 옆에 서 있던 할아버지가 자동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벌렸다. 함박웃음을 보인 정씨가 추석 인심까지 담아 봉지 한가득 땅콩을 채웠다.

노부부가 장 본 물건을 승용차에 싣는 데 걸린 시간만 족히 10여분. 차 트렁크 공간이 모자라 뒷자리까지 차곡차곡 채우느라 지체된 탓이다. 하지만 외려 힘이 난다는 표정이었다. 할머니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코로나19로 그동안 딸네 부부 잠깐, 아들 내외 잠깐, 서로 마주치지 않게 ‘각개전투’하듯 다녀간 게 끝이었는데 모처럼 한데 모인다니 얼마나 좋아. 고기 굽고, 전 부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나눠 먹고. 이런 게 바로 사람 사는 재미고 행복 아니겄어.”

인근 송암리에 사는 김시운(73)·김문희씨(70) 부부의 추석 전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추석에는 서울에 사는 삼남매 자식들과 손주들 만날 생각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지난 어버이날 때도 전화로 “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하니 내려오지 마라”면서 섭섭한 마음을 가슴속으로 삭이던 김씨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오랜만에 손주 주머니에 몰래 넣어줄 쌈짓돈도 챙겨야 하고, 가족끼리 한뎃잠을 잘 이부자리도 미리 살펴놔야 하지만 이 모든 게 그저 즐겁기만 하다.

“우리 애들은 명절에 모이기만 하면 윷놀이를 그렇게 좋아했어. 그러면서 틈틈이 옛날에 젖 먹던 때 얘기도 들려주고. 이제 막 17개월 된 손자가 있는데 아장아장 걸음마하는 걸 상상만 해도 얼마나 귀여운지. 무슨 음식 준비할 거냐고? 글쎄, 동그랑땡에 오징어튀김, 문어초무침, 나물 반찬…. 우리 내외가 배농사를 하니까 후식으로 배도 깎아 먹어야지.”

고사리손으로 음식을 입에 넣고 행복해할 손주 생각에 할아버지는 안 먹어도 이미 배가 부른 듯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노부부의 집 한켠에 자리한 창고에는 벌써부터 수확해둔 배가 노란 물결을 이뤘다. 마당에 널어둔 태양초도 가을볕에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여행 다닐 때도 좋지만 가기 전 이것저것 준비할 때가 더 설레잖아? 요즘처럼 추석이 손꼽아 기다려지긴 생전 처음이야. 그동안 오래 참아온 만큼, 코로나19 예방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돼 보고 싶고 그리워했던 사람들을 이젠 모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양양=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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