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밖에 못 큰 복숭아·말라죽은 고추…폭염 피해 ‘비상’

입력 : 2021-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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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노은면 신효리에서 복숭아농사를 짓는 황의근씨(왼쪽)와 김주동 충주농협 노은지점장이 폭염으로 알이 크지 않고 설익어버린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표면이 쭈글쭈글해지고 열과가 된 복숭아와 지난봄 저온피해로 ‘뻥과(핵할 현상)’가 된 복숭아.

농작물 생육 빨간불

복숭아 정상과 평년 절반 색은 빨갛지만 태반 설익어

사과 햇볕데임 제일 많아 미세살수 장치 무용지물

물 많이 주면 뿌리썩음병 시설고추농가 진퇴양난

 

최근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농작물 생육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낮 최고 기온이 40℃에 육박하는 날이 잦아진 탓에 과수는 생육이 멈추고 햇볕데임(일소)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고추 등의 시설채소 작물들도 말라죽는 피해를 봐 농가들은 적잖이 애를 태우고 있다. 폭염에 비상이 걸린 농촌을 살펴봤다.


“연일 너무 뜨거운 날씨에 복숭아 생육장애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색깔은 빨갛게 나는데 알이 크지 않고 설익어버린 열매들이 태반입니다.”

7월29일 오후에 찾은 충북 충주시 노은면 신효리 황의근씨(67)의 복숭아밭. 2㏊(약 6000평) 규모로 <애천중도> <용택골드> 등의 복숭아농사를 짓는 황씨는 “6월말께 우박을 크게 맞은 데다 폭염까지 겹쳐 오전에 <용택골드> 복숭아를 수확해도 포장할 게 별로 없다”면서 “한번 따면 대개 평균 4㎏들이 100상자는 나와야 하는데 요즘에는 20상자도 채 안 나온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황씨는 8월3일부터 출하에 들어가는 복숭아라며 <애천중도> 봉지 몇개를 열어 보였다. 제대로 크지 못해 아이 주먹만 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무게가 350g은 돼야 제값을 받는데 220∼230g에 불과한 열매들이 대부분”이라며 “며칠 키워봤자 고작 20∼30g 더 나갈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게다가 폭염피해로 표면이 쭈글쭈글해지거나 물렁해지는 기형과는 물론이고 표면이 갈라지는 열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이웃농가 이종덕씨(61)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정상과의 반밖에 크지 못한 복숭아를 들어 보이며 애써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올핸 우박에다 천공병(세균성구멍병)까지 피해를 크게 봤는데 계속된 폭염에 기형과를 비롯해 낙과와 뻥과(핵할 현상) 등 비정상과가 유독 많이 늘었다”며 “올 매출은 평년의 4분의 1가량이나 나올까 싶은데, 그나마 현재 시세가 좋은 편이라 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함께 현장을 둘러본 김주동 충주농협 노은지점장은 “두 농가는 농작물재해보험을 들었지만 요즘 같은 수확기에 발생하는 뻥과나 낙과는 재해보험 보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보험의 본래 취지인 농가의 소득보전에 좀더 보탬이 되려면 이 부분도 보상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근 복숭아 주산지 사정도 매한가지였다. 권태화 음성 감곡농협 조합장은 “올봄에 저온피해를 본 데다 최근 폭염까지 겹쳐 복숭아 열매가 작은 게 많다”며 “빨갛게 색은 잘 나오고 맛도 좋은데 열매가 작아서 상자 숫자가 덜 나온다”고 말했다. 송영환 이천 장호원농협 조합장도 “오랜 폭염 탓에 복숭아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며 “정상과 수확량은 평년에 비해 절반 정도 줄어 농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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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의 일소 피해를 본 사과. 

사과 주산지인 충남 예산지역에선 일소 피해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농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일소 피해가 예년보다 10∼20% 증가했다는 게 농가들의 설명이다. 농협과 농가에 따르면 착과된 사과의 20∼30%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권오영 예산능금농협 조합장은 “<아리수> <홍로> 등 일찍 수확하는 사과를 중심으로 일소 피해가 심하게 발생했다”며 “살짝 덴 것도 있지만 심하게 데어 속이 물렁물렁해지고 썩은 것도 적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사과농가 이종복씨(76·오가면 내량리)는 “일소 피해를 막기 위해 미세살수 장치까지 설치했는데도 폭염이 심해지면서 사과가 뜨거운 햇볕에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설작물에도 폭염피해가 확산해 농가들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경기 연천의 시설고추농가 조재영씨(52)는 “낮 기온이 워낙 높다보니 환풍기를 틀어도 일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고추 바이러스병까지 발생해 폐기 처분되는 고추가 늘고 있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제주지역도 폭염피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서귀포에서 3300㎡(1000평) 규모로 시설고추를 재배하는 이모씨(69)는 “고추농사만 13년 넘게 지었는데 이번 폭염처럼 지독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올해 벌써 두번이나 큰 피해를 봐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의 농장에는 폭염피해 예방을 위한 차광막과 환풍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내리쬐는 햇볕을 감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보통 한여름일지라도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쉽게 35℃를 넘진 않았다”면서 “올해는 유독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열대야까지 심해 37℃를 넘은 적도 다반사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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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된 제주 서귀포 농가의 고추. 

그렇다고 열을 식히기 위해 마냥 물을 많이 줄 수도 없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시설재배의 경우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썩음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웃자란 가지를 자르고 상품성 낮은 열매들을 솎아내는 등 고추나무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 이것들까지 잘못되면 올해 농사는 아예 포기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충주·음성=유재경, 이천·연천=최문희, 예산=서륜, 서귀포=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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