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서 ‘대추나무 빗자루병’ ... 수령 안 가리고 무차별 확산

입력 : 202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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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에서 대추농사를 짓는 유병욱씨(왼쪽)가 박순태 남보은농협 조합장과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빗자루병이 발생해 잎이 빗자루처럼 변한 모습.

10년 넘은 나무는 물론 2~3년 된 나무서도 발생

매개충 날아다니며 전파 농가 방제에도 속수무책

 

20일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이곳에서 14년간 대추농사를 지어왔다는 유병욱씨(88)의 3966㎡(1200평) 대추밭은 잘려서 바닥에서 뒹구는 나뭇가지와 말라비틀어진 잎들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유씨는 “3∼4년 전부터 한밭에서 두세그루씩 빗자루병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500여그루 중 절반이 병에 걸렸고 나머지 나무에도 번질 것 같아 폐원을 고려해야 할 지경”이라고 근심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올해 빗자루병 발생이 빨라질 것 같다고 해서 방제를 열심히 했는데 6월 초순께 꽃이 피면서 확산되는 현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임한리와 마로면 수문리 두곳에서 대추농사를 짓는 최영란(62)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임한리 4297㎡(1300평) 밭의 650여그루 중 170여그루가, 수문리 2644㎡(800평) 밭의 250여그루 중 55그루가 빗자루병에 걸려 모두 베어낸 상태였다.

최씨는 “14∼15년 동안 정성껏 키운 나무를 베어내는 심정이 오죽했겠느냐”며 “병에 걸린 것은 다 베어내고 밑동에 뿌리까지 죽일 수 있는 약을 발라 바이러스가 번지지 않도록 비닐을 씌워놨지만 더 번진다면 올해 수확은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최씨는 “나무를 베어내는 데도 인력이 많이 소요된다”며 “군 등에서 영농지원단을 구성해 병에 걸린 나무를 다 제거하고 약 처리까지 해주는 등의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0여그루 중 70여그루에서 병해를 봤다는 유모씨(70·임한리)는 “수령이 10년 넘은 나무는 물론 2∼3년 된 나무에서도 병이 발견돼 더 문제”라며 “정도 차이는 있지만 농가들마다 몇그루씩은 다 병에 걸린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탄부면의 한 대추작목회 유모 총무는 “농가에 한두그루씩 심어놓은 나무에서도 병징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농가들이 경각심을 갖고 열심히 방제하는데도 매개충이 날아다니며 전염시키는 탓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함께 현장을 둘러본 박순태 남보은농협 조합장은 “대추나무 빗자루병은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보상하는 손해가 아니라 농가들이 더 애를 끓이고 있다”며 “올해 빗자루병의 확산세도 이상기후 탓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라도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범위에 빗자루병이 포함되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보은군에 따르면 지역 내 1400여 대추농가(재배면적 617㏊) 중 260여 농가 4000여그루에서 빗자루병이 발생했다. 재배면적 617㏊ 중 4㏊가 피해를 본 것. 하지만 이 병은 대추나무 수령과 관계없이 발생할 뿐 아니라 피해 신고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추나무 빗자루병은 모무늬매미충이 전염시키는 세균의 일종인 파이토플라스마(Phytoplasma)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은군농업기술센터는 설명한다. 전년도에 감염된 나무의 양분 이동통로에서 월동하다가 이듬해 나무 생육이 시작되며 병징이 발현돼 주로 6∼9월에 발생한다. 초기에는 꽃이 잎으로 변하는 엽상화(Phyllody) 현상이 나타나다 병이 진전하면서 잎이 빗자루처럼 변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때 증상이 나타난 나무들을 즉시 베어내 제거해야 한다. 특히 모무늬매미충이 주변에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약제를 사용해 방제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주변 나무는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어 전용약제로 등록된 옥시테트라사이클린칼슘알킬트리메틸암모늄 수화제(OTC)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방제해야 한다.

군농기센터 관계자는 “생육 초기인 6월 중순 이후 1차 주사를 놨다면 한달 뒤인 7월 중순 이후 2차 주사를 놔야 한다”고 밝혔다.

보은=유재경 기자 jaek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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