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걱정 ‘식은땀’…더위와 사투 ‘구슬땀’

입력 : 2021-07-23 00:00 수정 : 2021-07-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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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물론 축사의 가축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일 충남 부여군 임천면 이용우씨 축사에서 내부 온도를 낮추고 젖소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대형 선풍기와 분무시설이 모두 가동되고 있다. 부여=김병진 기자

폭염 속 영농현장 가보니

대형 선풍기 등 냉방시설 총동원

한우·돼지 등 축산농가 분투 전국 가축피해 7만7000마리

시설농가 차광막 설치 등 분주 출하 맞추려 더위 속 작업 감수

 

경기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0일 용인시 처인구 신동규씨(67·원삼면·전국한우협회 용인시지부장)의 한우농장. 대형 선풍기 수십대가 쉼 없이 돌아가며 더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신씨는 무더위 속에서도 축사를 누비며 250여마리 한우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는 고온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농가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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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한우농가 신동규씨가 소의 염분 섭취를 위해 소금을 급여하고 있다.

불볕더위로부터 한우를 지키려는 신씨의 노력은 축사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4132㎡(1250평) 규모의 축사에선 대형 선풍기 30대가 24시간 가동된다. 천장에 달린 안개분무기는 오전 11시, 오후 1·3시 하루 3회 자동으로 켜진다. 신씨는 “2018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고생한 이후 안개분무기를 설치했다”며 “기온이 34℃ 이상으로 오르면 수동으로 기기를 조작해 하루 4회씩 작동시킨다”고 설명했다.

더위에 지친 소들의 식욕을 돋우는 일 역시 신씨의 몫이다. 그는 “여름철 사람들이 입맛을 잃듯이 소들도 사료를 먹지 않으려 한다”며 “이땐 사료에 설탕을 넣고, 염분 섭취를 위해 소금을 별도로 급여한다”고 밝혔다.

다른 축종을 사육하는 농가들도 폭염에 맞서 고군분투 중이다. 포천에서 돼지 4000여마리를 사육하는 최영길씨(54·영북면)는 돈사에 “쿨링패드(물을 증발시켜 온도를 낮추는 장치)와 에어컨 등 냉방시설을 총동원해 더위를 물리치고 있다”며 “너무 더운 날엔 사람도 샤워해 체온을 낮추듯이 돼지에 물을 뿌려 열을 식혀준다”고 말했다.

가금류를 사육하는 농가들은 최악의 폭염 가능성이 예보되면서 바짝 긴장한 상태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더위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평택의 산란계농가 황승준씨(59·청북읍)는 “바깥 기온이 36℃ 이상으로 오르면 아무리 냉방시설을 잘 갖췄다고 해도 폐사축이 발생한다”며 “쿨링패드를 가동하며 닭이 고온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애쓰고 있지만, 비상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몰라 하루 종일 계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자치단체도 가축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경기도는 도·시·군으로 구성된 ‘축산재해 대비 태스크포스(TF)팀’ 32개 반을 구성했다. TF팀은 폭염 때 농가 행동요령을 홍보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한다. 도는 또한 정책사업으로 가축 면역증강제 27t을 공급하고, 여름철 전기 수요 급증에 따른 정전에 대비해 축사비상발전기 등 관련 설비 142대를 농가에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수 도 축산정책과장은 “가축 피해를 예방하려면 농가들의 자발적 노력이 중요하다”며 “급수조 청결과 적정 사육마릿수 유지, 비타민·전해질 공급 등 사양관리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도에 따르면 15일 기준 폭염으로 발생한 전국 가축 피해는 닭·돼지 7만7000마리로, 이 가운데 경기지역 피해규모는 1만7000마리다.

시설농가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같은 날 부산 강서구에서 3966㎡(1200평) 규모로 시설상추를 재배하는 공우욱씨(59·대저2동)는 연일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실제 공씨의 비닐하우스 안 상추는 폭염에 잎이 축 늘어져 있었다. 잎끝이 타서 누렇게 말라버린 상추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공씨는 “고온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지붕에 검은 차광막을 덮어 햇볕을 차단해주고 환기창은 항상 열어둔다”면서 “새벽녘이나 해 질 무렵에는 비닐하우스 천장에 달려 있는 스프링클러를 돌려 작물에 적정 수분이 공급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씨는 “차광막을 덮어두면 적색을 띠어야 할 상추가 푸른색을 띠고, 청상추는 색깔이 연해져 시장에서 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작물에 수분이 충분하면 차광막 덮는 시간을 줄여 품질 유지에 신경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웃의 시설잎채소 농가 백남규씨(69)도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작물의 생육이 멈추거나 저조해지는 장해가 발생하고 색택 등 상품성도 떨어진다”면서 “환기창과 차광막으로 비닐하우스 내 온도를 최대한 낮춰주고 수시로 물을 공급해주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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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경남 김해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잎끝이 타 누렇게 말라버린 상추.

경남 김해에서 상추·쑥갓·근대·아욱 등 잎채소류를 재배하는 최승영씨(52·화목동)도 폭염 피해에 애를 태우고 있다. 최씨의 비닐하우스 안 곳곳에서도 잎이 시들거나 말라비틀어진 작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뜨거운 햇볕에 비닐하우스 안은 찜통을 방불케 했고, 곳곳에 선풍기가 돌고 있지만 더운 열기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최씨는 “출하물량을 맞추기 위해 폭염을 무릅쓰고 작업을 한다”면서 “비닐하우스 안의 뜨거운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혀주기 위해 차광막을 덮고 물을 자주 뿌려주면서 작물을 키우고 있지만 피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용인·포천·평택=최문희, 부산·김해=노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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