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작…태양광발전시설 주변 산사태 ‘조마조마’

입력 : 2021-07-07 00:00 수정 : 2021-07-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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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 인근에 들어선 태양광발전시설은 지난해 산사태로 시설과 산비탈이 무너져 내렸지만 아직까지도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사진은 벼농가 박태석씨의 논에서 바라본 태양광발전시설과 절개된 산등성이 모습.

지난해 피해지역 전전긍긍

콘크리트 옹벽 부서지고 산등성이 절개 등 심각

복구 안된 곳 많아 ‘한숨’ “빗소리만 들려도 잠 깨”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마을 인근 산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선 농촌지역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매년 집중호우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을 중심으로 산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장마철을 맞아 기존에 산사태가 났던 태양광발전시설 주변과 피해마을의 복구 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태양광발전시설을 곁에 두고 사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일 오후 2시께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곡3리를 찾았다. 지난해 8월2일 집중호우 때 인근 태양광발전시설에서 시작된 산사태로 농경지 일부가 침수되고 주택 다섯채가 전파되거나 반파된 마을이다. 11개월가량 흐른 지금 구곡3리는 여느 마을처럼 평안해보였다. 그 가운데 포클레인을 동원해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주민이 눈에 띄었다. 당시 산사태로 주택은 물론이고 저온저장고와 축사 모두를 잃은 A씨였다. 너무 끔찍한 피해를 봐 집터를 최근까지 그냥 뒀다가 땅이라도 골라놔야 할 것 같아 손을 대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다.

A씨는 “당시 오전 3시부터 무섭게 퍼붓기 시작한 폭우로 산사태가 났고, 토사와 급류가 우리 집을 덮쳐 순식간에 모든 게 휩쓸려갔다”면서 “더 무서운 건 당시 중학교 2학년 딸이 1시간 넘게 토사에 묻혀 있다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 나왔다는 것”이라며 그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A씨의 트럭을 타고 산사태가 난 산으로 올라가보니 산 중턱 경사면을 깎아 조성한 9.9㏊(약 3만평)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이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시설 바닥을 가리킨 A씨는 “이렇게 폐골재로 바닥을 채워놨으니 빗물이 땅에 흡수가 안되고 다 흘러내려왔다”며 “더딘 농수로 복구를 속히 완료하고, 빗물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태양광발전시설 바닥에 대한 조치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웃주민 B씨도 “요즘도 빗소리만 들리면 단박에 잠에서 깨 집밖을 둘러본다”며 “태양광발전시설을 이고 사는 심정이 참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산사태가 났던 전북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벼농가 박태석씨(70)는 “2019년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태양광발전시설 하부 쪽에 급류를 막기 위한 물막이시설 공사를 했는데 지난해도 동일한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올해는 기상이변이 더 심해질 것 같은데 아직 시설 정리는커녕 절개된 산등성이도 복구가 안돼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박씨는 “업체에서 밀려온 토사를 치우고 균평작업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보상도 해줘 그나마 다행”이라며 “하지만 재발을 막도록 장마 시작 전에 복구를 철저히 해줘야지 또 사고가 나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청도군 풍각면 월봉리 주민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마을 야산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의 콘크리트 옹벽이 2년 전 장마 때 무너졌지만 지금까지도 복구가 끝나지 않고 있어서다.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 사업주가 자금난을 이유로 복구공사를 미뤄온 것. 올해 6월 중순부터 뒤늦게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체 피해면적 2.7㏊(약 8170평) 가운데 50%가량만이 복구된 상태다.

주민 이모씨는 “태양광발전시설이 사유지에 설치됐다 할지라도 2년 전 무너진 콘크리트 옹벽이 아직도 복구되지 않아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군에서 사업주에게 8월까지 복구공사를 마무리하도록 지시한 상황이지만 그전에 큰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싶어 불안하기만 하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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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곡3리 주민 A씨가 마을 인근 산지에 조성된 태양광발전시설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바닥은 빗물 흡수가 어렵도록 폐골재로 마감돼 있다.

산사태가 나진 않았지만 마을 인근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선 지역주민들도 걱정하기는 매한가지다. 인근 야산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조성된 충남 부여군 세도면 사산리 지역주민들은 장마가 시작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백승민 부여 세도농협 조합장은 “사산리 일원 야산에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지금도 계속 지어지고 있는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일대는 토양이 마사토라 큰 비가 내리면 흙이 쉽게 쓸려 내려간다”며 “지난해 장마에도 토사가 유출됐는데 올 장마를 잘 벼텨낼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강원 양구군 해안면의 경우 산사태를 우려한 주민들이 태양광발전시설사업을 아예 무산시켰다. 배농사를 짓는 변재모 해안면이장협의회장(56·현3리)은 “오유리 인근에 4.3㏊(1만3000평) 규모로 태양광발전시설이 조성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지역에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발전시설이 추가로 들어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이 때문에 장마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농경지와 자연환경 훼손 등 갖가지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천=유재경, 장수=황의성, 청도=김동욱, 부여=서륜, 양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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