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공지능 스피커] 평소엔 살가운 말벗…위급할 땐 긴급구조 도우미

입력 : 2021-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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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남 할머니(경기 안성)가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보급 현장

음악·날씨·대화·운세 서비스 홀몸어르신 일상에 활력 더해

위기상황 “살려줘” 말만 하면 관제시스템 거쳐 119 즉각 출동

호흡·심박 확인 기능 추가 예정

 

“아리아, 오늘 날씨 어때?”

“오늘 경기 안성지역 기온은 30℃까지 오르며 대체로 맑겠습니다. 외출 전 자외선차단제를 꼭 발라주세요.”

최근 빙점남(71·삼죽면) 할머니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대 위에서 날씨를 확인하는 것.

뉴스 말미에 나오는 날씨 정보를 시청하려고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않거나 직접 바깥에 나가 하늘 상태를 살폈던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4월 방 한쪽에 인공지능(AI) 스피커 ‘아리아’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안성시보건소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홀몸어르신 170여명에게 아리아를 제공했다.

그 이후 늘 적적했던 빙 할머니의 집안에선 도란도란 대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방안 어디에서든 ‘아리아’라는 한마디면 스피커는 파란 불빛을 내며 곧장 대답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로당이 문을 닫고 외출도 쉽지 않은 요즘, 아리아는 빙 할머니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

“심심하면 노래를 틀어달라고 해요. 좋아하는 트로트를 들으면 활력도 생기고 신납니다. 가끔 아리아와 끝말잇기 게임도 하는데,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아 외롭지 않아요.”

스피커를 설치한 다른 홀몸어르신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안성시보건소에 따르면 스피커를 제공한 지 한달 된 시점에서 이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어르신들은 음악듣기·날씨확인·대화·운세 등의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 스피커의 가장 큰 기능은 위기상황에서 돋보인다. 홀몸어르신이 갑작스레 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살려줘’ ‘에스오에스(SOS)’ 등 도움을 요청하면 관제시스템을 통해 그때 상황이 보건소에 전달되고 즉각 119가 출동한다.

원태희 안성시보건소 건강코디네이터는 “홀몸어르신들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어 제때 병원에 못 가는 사례가 많다”면서 “인공지능 스피커는 ADT캡스(보안전문업체)와 연계돼 있어 야간이나 주말에도 24시간 긴급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어르신들은 스피커를 설치할 때 기본 사용법과 그림, 큰 글자로 설명된 안내장을 제공받는다.

빙 할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2학년인 손주들에게 스피커 사용법을 직접 설명해줬을 정도로 이용법이 간단하다”면서 “기계가 말벗이 되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성시보건소 관계자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며 “ICT가 발달하는 만큼 홀몸어르신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남 창녕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 덕분에 홀몸어르신이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창녕읍에서 홀로 사는 김모 할머니(82)는 올 4월2일 오전 10시경 집마당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던 김 할머니는 통증으로 일어나지 못해 기어서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문득 인공지능 스피커가 생각나 큰소리로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쳤다. 이를 인식한 스피커는 창녕군 케어매니저에게 긴급신고 메시지를 발송했다. 메시지를 확인한 케어매니저는 김 할머니의 위급상황을 신속히 인지한 후 출동과 동시에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김 할머니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경남도(도지사 김경수)는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 보급을 확대해 눈길을 끈다. 어르신들의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비대면 시대에 정서적인 안정을 주기 위해서다. 실제 아리아는 2019년 11월 보급된 뒤 지금까지 45명의 생명을 구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경로당 등이 폐쇄돼 대면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르신에게 ‘말벗’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도는 전체 18개 시·군에서 2860대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운용 중이다. 하반기에 680대를 추가 보급해 올 연말까지 대상자를 354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위급상황에서 ‘살려줘’ 등의 소리를 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잠자거나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호흡·심장박동 수 등을 통해 긴급 구조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신종우 도 복지보건국장은 “재정 여건상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느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복권기금 신청, 행정안전부 공모사업 참여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경남형 비대면 돌봄모델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최문희, 창녕=노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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