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고에 길을 묻다] 학생·교사 줄어 존립 위기…지역 특색에 맞게 부활시켜야

입력 : 2021-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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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농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농업계 고등학교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과 교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급선무로 꼽힌다. 사진은 경기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 자영축산과 2학년 학생들의 영농과목 수업 모습. 여주=김병진 기자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2부] 농고의 오늘과 내일…블루오션으로 가는 길

농업계 고등학교 진단과 과제

취업률 낮아 기피현상 심각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 지속

유망학과 만들지만 교사 부족

심화 연수 받도록 지원 절실 열악한 실습 기자재 교체를

후계농 꿈꾸는 학생들 많아 농고 특장점 제대로 홍보해야

작목별 교육 세분화도 주문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의 3주체가 바라본 농업계 고등학교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 농업인력의 터전이 될 농촌사회에서는 농고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구성원이 만족하고 사회가 인정하는 농업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그래서 농고 교사와 졸업생·학부모와 지역주민에게 물었다. 이들은 지금껏 누구도 묻지 않았기에 말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농민신문>이 건넨 질문에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솔하게 답해줬다.



◆학생·교사·기자재 모두 ‘미달’…위태로운 농고 현실=지금 농고는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이 줄고 있어서다.

한 농고의 교감은 “지금 같은 정원 미달 사태가 계속되면 학교가 없어지거나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률 저하가 신입생 미충원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싶어도 중학교에서 ‘팸플릿만 놓고 가라’며 기회를 안 준다”면서 “고졸자를 푸대접하는 사회 분위기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의 벽 때문에 농고 기피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도건 부산 동래원예고 교장은 “농업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정부와 언론이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면서 “농고를 졸업하고도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보여주면 농고 이미지가 개선돼 학생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장은 이와 함께 농업 관련 기관에서 농고생을 일정 비율로 채용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적극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농고 내부에선 교사의 역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생 모집을 위한 자구책으로 각 학교가 유망 농산업분야를 학과로 개설하지만, 정작 교사는 가르칠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 교육청 관계자는 “학과 개편에 앞서 교사가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학과부터 만들어놓으니 교사의 전문성이 낮고 배우는 학생도 만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전공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간은 방학뿐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분야도 있기 때문에 심화 연수를 위한 시간과 지원이 절실하다. 농고 교사 A씨는 “교사가 먼저 현장에서 실질적인 역량을 키운 다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장기간 연수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실습 기자재도 큰 걸림돌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농산업 트렌드에 맞게 최신 기자재를 도입해야 하지만 부족한 예산과 내구연한 등 비현실적인 규정에 발목을 잡히는 것. 교사 B씨는 “이미 농가에서도 안 쓰는 구형 기계를 실습 기자재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학교에서 연차 계획을 세워 기자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는 등 좀더 체계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농촌 내일 위해 농고 필요…본래 취지에 맞게 부활해야=경북 안동 한국생명과학고 교사 이진영씨(29)는 “농촌지역 농고에는 후계농을 꿈꾸는 학생이 많고, 학구열도 높다”며 “요즘은 입학한 학생들 대부분이 농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의식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는 조민규씨(24)는 “학교에서 현장실습 등을 통해 배운 지식이 영농에 빠르게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조씨의 어머니 김광숙씨(59)도 “아이가 농고에 가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찬성했다”며 “농사짓기를 희망하는 아들에게 농고 진학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거들었다.

전남 영암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미숙씨도 “농고를 졸업한 후 부모의 농업을 이어받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고 농고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엔 농고라고 하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 농촌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사회 한편에선 농고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감지된다. 이와 함께 농고의 필요성을 제대로 알려 존속·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일반고로 바뀐 경북 성주농고(현 성주고)를 졸업한 김명호씨(38)는 “성주농고를 없앤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아직도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며 “성주지역은 농업에 특화돼 있고 귀농·귀촌 인구도 많은 만큼 지역 특색에 맞게 농고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교사 이씨 역시 “농고는 농업에 필요한 미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므로 이에 걸맞은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진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농고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농고만의 특장점에 대한 홍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성’에서 ‘인문학’까지…다양한 요구 쏟아져=농산업 외연이 확대되고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농고의 교육과정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아들과 딸을 모두 농고에 보낸 이선화씨(전남 영암)는 “전문기술·현장 교육도 좋지만 인문학교육이 좀더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인문학적인 소양도 갖춰야 농업을 더 잘 지키는 농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고를 졸업하고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최광호씨(전남 강진)는 최근의 농고 교과과정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학생들이 졸업 후 맞닥뜨릴 실제 영농현장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세분화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씨는 “재배하는 작목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졸업 후에도 계속 교육을 받아야 했다”며 “그러다보니 토마토면 토마토, 파프리카면 파프리카 등 학생들이 선택한 작목에 대해 적어도 졸업 직전만이라도 집중교육을 해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김해·부산=노현숙, 안동·성주=김동욱, 영암·강진=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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