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고에 길을 묻다] 80년대 후계농 양성… ‘UR 변곡점’ 거쳐 농생명 교육 산실로

입력 : 202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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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 한국식품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이 축산식품 가공 관련 실습을 하고 있다.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1부] 명문고는 옛말…농고 위상 ‘격세지감’ 

[시대가 바꾼 정부의 농고정책]

80년대 ‘자영농과·자영농고’ 우수 학생 영농정착 특별지원

94년 UR 타결로 한때 위기 농업 관련 학과 급격히 감소

2008년 마이스터고 추진 농고 7곳 전환 ‘변화 가속’ 

지난해말 순수 농고 21곳 

졸업생 농업 종사율 하락세 80년대 20% → 최근 1% 미만 

정부, 농업진출 지원책 모색

 

‘영농인의 꿈을 키우며 한국 농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

일제강점기인 1930년 개교해 2013년 일반고로 전환한 ‘충주농업고등학교(현 국원고등학교)’의 학교 운영 목표였다. 이처럼 농업고등학교(이하 농고)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농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었다. 정부의 관련 정책도 이에 맞춰 시행됐다. 대표적인 것은 1980년 도입된 ‘자영농과’ 제도다.

당시 급격한 공업화로 농촌 청·장년층의 이농 현상이 심화해 후계 농업인 양성문제가 과제로 대두됐지만 농고 졸업생의 영농 정착률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농고를 후계 농업인 양성의 산실로 만들기 위해 시행한 것이 자영농과다. 1980년도부터 각 도에 1개씩 총 10개의 농고를 선정해 ‘자영농과’라는 학과를 설치했다.

자영농과에는 졸업 후 영농에 종사하려는 의지가 뚜렷하고 영농 기반을 갖춘 학생들이 들어갔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했고, 모든 학비를 면제받았다. 심지어 병역 혜택까지 누렸다.

자영농과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리라고 판단한 정부는 1983년 ‘자영농고’를 도입했다. 쉽게 말해 과 단위 운영을 학교 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당시 여주농고 등을 자영농고로 개편해 1984년도부터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했다. 학교당 5학급, 학급당 40명으로 편성했다.

정부는 이즈음 ‘우수 농고생 영농정착 특별지원사업’도 시작했다. 농고에 재학 중인 학생 가운데 영농에 종사하려는 의지가 강한 이를 선발해 1인당 100만원의 무이자자금을 지원한 것. 9년(1983∼1991년) 동안 매년 400여명의 학생을 지원했다.

그러던 중 농고에 위기가 찾아왔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면서 농업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된 데다, 대학교 진학을 필수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고착화하면서 농고는 신입생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농고는 학생 확보를 위한 변신을 시도했다. 학교 이름에서 점차 농(農)의 색을 빼내려 한 것이다. 1995년께부터 농업과 직접 관련 있는 학과는 급격히 줄었고, 관상원예과·바이오식품과학과·애완동물과 등 농산업 관련 학과들이 개설되기 시작했다. 아예 일반고나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학교도 많았다. 그 결과 1969년 133개였던 농고수는 2020년말 68개로 줄었다. 그나마 순수 농고수는 21개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도 농고의 변신을 재촉했다. 2008년부터 추진된 마이스터고 설립이 대표적이다. 마이스터고는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목표로 2010년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는데, 농고 중 7곳이 마이스터고로 전환했다.

이병대 한국식품마이스터고 교장은 “과거 부여 홍산농고 시절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입학 성적이나 학업 성취도가 매우 높고, 취업률도 거의 100%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고는 ‘농업인 양성 기관’에서 ‘농생명 산업과 관련한 직업 기초 교육기관’으로 변했다. 이런 영향으로 1980년대 20%에 이르던 농고 졸업생의 농업 종사율은 1990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고의 변신과 정부의 정책 변화가 농고 졸업생의 영농분야 진출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농업에 직접적으로 뛰어드는 경우는 줄었지만 농업계 대학교 진학이나 농산업계 취업 관련 성과는 나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고졸 학력 이상의 농업인 가운데 약 12%가 농고 출신자로 파악된다.

김성호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 사무관은 “농고를 갓 졸업한 어린 학생들이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위험) 높은 농업에 뛰어들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농고에서 농업과 맺은 인연이 언젠가는 이들을 농업으로 유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농고 졸업생의 농업분야 진출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농업선도고교 육성사업, 농고 실습장 지원사업 등을 통해 농고생의 농업분야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미래농업선도고교 육성 사업은 홍천농고·충북생명산업고·호남원예고 등 3개교에 대해 2016∼2021년 231억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실습 위주의 농업기술 습득을 위한 인프라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부여=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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