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상해가는데…수확인력 없어 발 동동

입력 : 202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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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인력과 잦은 비로 인해 수확작업이 미뤄지면서 뿌리가 빠지고 쪽이 벌어지는 비정상과 마늘 발생이 늘고 있다(왼쪽). 경남 창녕 대지면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성낙운씨(61)가 비로 인해 땅이 마르지 않아 호미로 일일이 수확한 마늘을 보여주고 있다. 논에서 막 수확한 마늘 뿌리에 진흙이 잔뜩 묻어 있다.

경남 창녕 수확현장 가보니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부족

인력난에 다급해진 농심 악용 소개업자들 인건비 높일 궁리

수확기 비 내리며 ‘설상가상’ 부패하고 상품성 크게 떨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늘 수확철을 맞은 경남 창녕지역은 극심한 일손부족과 가파른 인건비 상승으로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수확을 코앞에 두고 비가 자주 내려 수확작업이 지연되고 마늘 품질이 떨어지면서 농민들은 이중·삼중 고통으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일손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6·25전쟁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에요. 마늘을 하루빨리 수확해야 하는데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걱정이에요.”

4일 오후 2시, 경남 창녕지역 곳곳에선 마늘 수확작업이 한창이었지만 농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3만9669㎡(1만20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김청수씨(58·대지면 본초리)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사실상 막히면서 일손 구하기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며 “제때 일손을 확보하지 못해 이제 겨우 25%만 수확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씨는 “지난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장이 쉴 때 와서 일손을 거들었는데, 올해는 외국인은커녕 내국인을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겹다”며 “인력업체에 사람을 10명 정도 보내달라고 하면 2∼3명 보내줄까 말까 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웃에 사는 차성원씨(42)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차씨는 “농촌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2만3140㎡(7000평) 중 50%밖에 수확을 못했다”며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수확해야 하는 마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일손을 확보하려고 발버둥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치솟는 인건비…외국인 근로자·인력업체가 ‘갑’=농촌에 외국인 근로자가 줄면서 인건비도 덩달아 가파르게 올라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중된 인력난과 수확을 앞두고 내린 잦은 비로 다급해진 농심을 이용해 인력소개업자들이 인건비를 높게 부르고 있다.

노태우씨(63·이방면 동산리)는 “지난해는 하루 최고 12만원의 일당을 줬지만 올해는 16만원부터 시작했고, 지금도 자고 나면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돈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이 있으면 인력을 뺏길 뿐 아니라 인건비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말했다.

한 농민은 “인력업체의 갑질에 너무 약이 올라 소개업자에게 ‘얼마 주면 인력을 보내줄 거냐’고 오히려 물어봤다”면서 “일당 20만원 줄까 했더니 소개업자가 17만원만 달라고 하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마늘농가 윤정태씨(61·대지면 본초리)는 “가중된 인력난을 틈타 외국인 근로자들도 ‘사장님은 얼마 줘요?’ ‘다른 사장님은 얼마 더 주던데요’ 하면서 일당 협상부터 한다”며 “일하러 오기로 철석같이 약속하고도 누가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일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농민들도 인건비 상승에 한몫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때 수확하기 위해 서로 높은 일당을 제시하면서 인력을 빼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인건비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천정부지로 뛴 인건비 탓에 이제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고 있는 꼴”이라고 푸념했다.


◆비로 수확 지연…마늘 뿌리 빠지고 부패=수확기에 내린 잦은 비로 작업이 지연되면서 마늘이 부패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가 늘고 있다.

성낙운씨(61·대지면 석리)는 “비로 인해 수확작업이 미뤄진 데다 땅이 질어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다보니 인부들이 호미로 마늘을 하나씩 캐고 있다”며 “논에 수분이 많아 마늘 뿌리가 빠지고 쪽이 떨어져나가는 등의 피해가 10% 이상 발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씨는 “특히 배수가 잘 안되거나 줄기를 미리 잘라놓은 논에선 마늘 썩는 냄새가 난다”며 “인부들이 미숙련자이다보니 작업이 더디고 능률이 오르지 않는 탓에 수확 날짜가 뒤로 밀리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4만2975㎡(1만3000평)에 농사짓는 강병희씨(57·대지면 창산리)는 “수확을 끝냈는데 마늘이 썩고 뿌리 빠짐 비율도 30% 정도 된다”며 “땅이 마르길 기다리느라 수확작업이 늦춰지면서 피해가 발생했고, 건조과정을 거치면 비상품과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70% 수확을 마친 이주호씨(60·이방면 모곡리)도 마늘 뿌리 빠짐이 20% 정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확 전까지만 해도 마늘 작황이 상당히 좋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상적인 상품 비율이 크게 줄었다”며 “인력난에다 인건비 부담도 늘고, 날씨로 인해 마늘 상품성이 하락해 올해 마늘농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창녕=노현숙 기자 rhsoo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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