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경북 김천지역서 자두 주머니병 발생…농가 피해

입력 : 2021-05-14 19:59 수정 : 2021-05-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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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만씨가 자신의 자두 과원에서 주머니병에 걸린 열매들을 가리키고 있다. 네모 안은 주머니병에 걸린 자두.

“말도 마세요. 성한 자두를 찾는 게 힘들 정도로 엉망입니다.”

14일 오후 5시경에 찾은 경북 김천시 구성면 상좌원리 소재 이응만씨(56)의 9917㎡(3000평) 규모 자두 과원은 주머니병이 번져 엉망인 모습이었다. 이맘때쯤이면 새파란 자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열매솎기(적과)로 바쁠 시기지만 이씨의 농원은 그렇지 못했다. 주머니병에 걸려 부풀어 올랐다 쪼그라들어 갈변한 열매만 무성해 솎을 엄두를 못 내서다.

주머니병은 복숭아·자두·앵두 등 핵과류에 발생하는 병으로, 감염된 과일이 주머니처럼 길쭉하게 커진 뒤 말라서 떨어진다. 이 병은 10℃ 내외 기온에 비가 오는 경우 잘 발생하고 핵과류 중 자두에서 유독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씨는 “자두 농사를 9년째 짓고 있는데 <포모사>에서 이렇게 심각한 주머니병이 발병한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4월 중순부터 주머니병에 걸린 열매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절반 넘게 번져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경북농협지역본부(본부장 김춘안)의 조사에 따르면 자두 주머니병은 매년 조금씩 발병했으나 올해는 김천·의성 등지에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14일까지 조사된 발병 규모는 김천이 1500여농가, 600㏊에 이르고, 의성은 <대석> 품종의 약 40%에서 주머니병이 발병했다. 경북농협이 현재 피해 현황을 집계 중에 있는 만큼 발병지역과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씨는 “개화기에 맞춰 방제에도 신경썼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억울하다”면서 “4월 초순부터 아침 기온이 낮고 비가 많이 온 바람에 주머니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성면 양각리에서 17년째 자두를 재배하고 있는 권영태씨(73)의 농원은 이씨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평소 같으면 3m가량 뻗은 가지에 10㎝ 정도 간격으로 자두가 가득 달려야 하는데, 주머니병 때문에 멀쩡한 자두가 거의 없었다.

권씨는 “한가지에 자두가 30개 정도는 열려야 정상인데 지금은 평균 3∼4개밖에 달려 있지 않다”면서 “주머니병 피해율이 85∼90%에 육박해 나중에 수확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농가에서는 제대로 된 피해 복구도 못하고 있다. 주머니병은 전염성이 있어 발병한 과실을 땅에 묻어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피해가 심각한 탓에 동시에 많은 인력을 동원해 병든 과실을 따내 묻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게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권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사람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며 “그뿐 아니라 피해 상황 정리를 위해 막대한 인건비를 들이면 고생해서 농사지어도 손에 남는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피해 상황에 대해 구성농협(조합장 백복한)과 농가들은 구제 방안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이다. 주머니병이 병충해로 분류돼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 대상이 아니고,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금 지급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백복한 조합장은 “주머니병은 개화기에 기상여건이 악화돼 발생했는데 병충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어 농가도 농협도 답답하다”며 “정부가 농가들의 심적·물적 고통을 헤아려 전향적인 대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천=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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