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취재] 상토서 키운 묘목에 뿌리혹선충…업체 ‘나 몰라라’

입력 : 202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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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용 상토 구입 후 뿌리혹선충 발생 피해를 본 김진암씨가 키위 묘목을 살펴보며 판매업체의 무책임한 대응과 태도를 성토하고 있다.

[희망취재] 상토 업체와 병 발생 원인 놓고 갈등 빚는 농가

제주 키위 과수·묘목 농가 분통 피해묘목 가져간 뒤 감감무소식

업체 연구소 직접 연락하자 “관련 사진만 받았다” 답변

 

“농민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제주 서귀포 성산읍에서 약 10년간 1만6530㎡(5000평) 규모로 키위 과수와 묘목농사를 지어온 김진암씨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경 상토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A업체로부터 원예용 상토 1000여포대(600만원 상당)를 구입했다. 종전에는 원예용 포트에 상토를 채우고 묘목을 식재했으나, 일부 묘목에서 병해충이 발생하면서 지난해부터 식재방법을 달리했다. 상토를 포트에 옮기는 작업을 생략하고, 포대를 눕혀 포장비닐만 제거한 후 바로 묘목을 식재했다. 깨끗한 상토에다 그대로 묘목을 심어 바이러스나 병해충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혹시 모를 오염에 대비해 농장 바닥을 멀칭비닐과 하우스용 필름으로 덮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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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혹선충이 발생한 김진암씨 농장의 키위 묘목.

그러나 올해 2월, 어느 정도 자란 묘목을 포트에 옮겨 심는 작업을 하던 중 뿌리에 돌기가 난 것을 발견했다. 뿌리혹선충이 발생한 것. 뿌리혹선충은 작물 뿌리나 잎에 기생하며 양분 이동을 막아 수확량 감소 등의 피해를 유발한다. 김씨는 즉시 제조업체에 이 사실을 알렸다. 돌아온 반응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A업체 측은 제품에서 뿌리혹선충이 나올 리 없다고 발뺌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김씨가 수차례 항의를 거듭하자 약 한달 뒤에야 제주지역 영업사원이 김씨의 농장을 찾았다. 김씨는 A업체 연구소에서 직접 확인해보라며 영업사원에게 피해 발생 묘목을 들려 보냈다.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자 김씨는 A업체 연구소로 직접 연락했다. 당연히 샘플이 전달됐을 것으로 여겼던 김씨는 연구소 연구원이 관련 사진만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다시 한번 크게 실망했다.

김씨는 “생수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안되듯 상토에서도 병해충이 나오면 안된다”며 “본인들의 제품에 문제가 생겼으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고객 민원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그야말로 농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A업체 측은 “초기 고객 응대가 부실하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농작업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기에 뿌리혹선충이 당사 제품에서 나왔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답했다.

묘목을 모두 뽑아봐야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에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 김씨는 오염된 묘목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방제약을 살포하고 있다.

김씨는 “대단한 배상이나 보상을 바라는 게 절대 아니다”면서 “농민을 위한다는 이념을 내세운 업체가 이렇게 농민의 목소리를 가벼이 여기는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심재웅 기자 daeba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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