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병원가기 힘든데…야생진드기 ‘공포’

입력 : 202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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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격 영농철을 맞아 야생진드기에 의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감염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강원 춘천시 동내면 학곡3리 조창묵 마을이장이 팔을 덮는 긴소매 옷을 입고 밭에서 농작업을 하고 있다.

영농철 살인진드기병 주의보 4월 경주서 올해 첫 사망사고

전용 치료제·예방 백신 없어 기피제 사용해도 불안 여전

농작업할 때 긴 옷 착용 필수

코로나19와 증상 비슷해 진료땐 야외활동 이력 알려야

 

“전용 치료제나 백신도 없다고 하니 이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더한 놈이네요. 이제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됐는데 때론 밭일하기가 두렵습니다.”

12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내면 학곡3리 고추밭에서 만난 마을이장 조창묵씨(65)는 낫을 들고 풀을 베다가도 이따금 입고 있는 옷을 털어내곤 했다. 조씨는 “지난해 도내에서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야생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살인진드기병) 증상을 호소했다고 들었다”며 “농사일 등 야외활동이 잦아 혹시 진드기가 달라붙을까봐 항상 긴소매 옷을 입고, 집에 오면 깨끗하게 샤워도 하지만 늘 불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에 가기 힘들어진 상황도 조씨를 더욱 신경 쓰이게 한다. 조씨는 “고열·구토 등 SFTS에 걸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주변 어르신들에게 알리고 있다”면서도 “이마저도 코로나19 시국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본격 영농철을 맞아 야생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SFTS 확진자가 늘고 있는 데다 첫 사망자까지 발생해 농가들의 불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SFTS는 주로 4∼11월 바이러스에 감염된 참진드기(주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면 발생한다. 증상은 발열·구토·설사·복통·두통·경련·출혈 등이다. 아울러 백혈구와 혈소판도 감소해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4월초 경북 경주시 서면의 한 과수원에서 농작업을 했던 최모씨(79·여)가 야생진드기에 물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당시 최씨의 소식을 접한 마을주민들은 황망함을 금치 못했다. SFTS가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야생진드기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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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소참진드기

마을이장 이모씨(68)는 “최씨가 진드기 때문에 숨졌다는 소식이 마을에 전해졌을 때 어이없고 무서웠다”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써 답답한데, 진드기 때문에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농사일을 해 주민들이 무척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마을주민 김모씨(73)는 “면사무소에서 진드기 기피제를 나눠줘 사용하고 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며 “날이 더 더워지더라도 긴 옷을 입고 일해야 할 텐데, 힘든 농사일에 더해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진드기까지 걱정해야 해 불안감이 앞선다”고 한탄했다.

전북지역에서는 4월29일 익산에 사는 한 70대 여성이 고열과 근육통 등 증세를 보여 30일 응급실에 갔다가 이날 SFTS 판정을 받았다. 앞서 제주지역에서는 4월19일 한 50대 여성이 SFTS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확진 약 2주 전 야외에서 고사리를 꺾었는데, 당시 발목에서 벌레에 물린 자국을 발견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14일부터 발열·설사·구토 증세가 나타나 응급실에 가서야 SFTS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제주는 봄철 고사리 채취, 오름 등반 등 야외활동이 활발해 매년 꾸준히 SFTS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SFTS 발생이 증가하자 보건당국은 농가의 철저한 주의를 당부했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농가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백경아 충남보건환경연구원 질병조사팀장은 “농작업을 할 땐 다소 덥더라도 팔다리를 모두 덮는 긴 옷을 입어야 하고, 수풀에 앉거나 옷을 벗어 바닥에 놓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드기 기피제를 충분히 뿌리는 것도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강원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과장도 “SFTS는 58%가 농작업 중 발생했고, 경북에서는 올해 첫 사망자가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농민 스스로 예방수칙과 주의사항을 지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FTS는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해 의료진에게 야외활동 이력을 알리고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춘천=김윤호, 경주=김동욱, 제주=심재웅, 홍성=서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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