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취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깜깜이 건설…“말이 됩니까”

입력 : 2021-05-03 00:00 수정 : 2021-05-0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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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강원 강릉 사천면·경포동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반대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설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희망취재] 탄소배출 오염시설 건립에 뿔난 농민들 

이장 1명 동의서만 받아 추진 강릉 사천면 주민 거센 반발

친환경 3세대 아닌 ‘1세대 방식’ 이산화탄소 다량 발생 우려 커

 

4월27일 강원 강릉시 저동 경포호. 호숫가를 따라 곳곳에 ‘생존권을 위협하는 발전소 전면백지화 촉구’ ‘사업을 허가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각성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인근 사천면 산대월리에 추진 중인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전성 검증도 안됐고, 사업이 지역주민 동의 절차 없이 ‘깜깜이’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성 우려와 주민 동의 없이 사업 추진한 것이 문제=발전소 건설 예정부지 앞에서 만난 윤준영 사천면·경포동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반대 공동비상대책위원장(69·순포리 이장)은 “정부가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 조성하려던 경포호 일원에 안전성이 우려되는 수소발전소를 세우려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건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민간 사업자인 제이에스이엔디(JS E&D)가 한국수력원자력 등 5개 지주사와 함께 산대월리에 사업비 2200억원을 들여 20㎿급 1동과 10㎿급 1동 등 모두 30㎿급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산자부로부터 전기사업 허가를 받은 데 이어 2019년 강릉시로부터 개발행위 허가와 건축 허가까지 취득하면서도 그 과정을 철저히 외부에 비밀로 부쳤다는 게 윤 위원장의 설명이다.

윤 위원장은 “애초에 마을이장 1명의 동의서만 받아 시작한 사업이라 주민들은 본격 착공 절차에 이르러서야 이를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다 2019년 발전소 건설 예정부지와 인접한 강릉과학산업단지 내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주민들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에 나섰다. 결국 건축허가를 받은 후 2년간 발전소 착공이 미뤄졌고, 건축법 제11조 제7항에 의거해 허가가 취소될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시가 건축허가 기간을 1년 연장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는 사업=발전소의 발전방식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친환경 3세대 방식 대신 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1세대 방식으로 추진돼 다량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1세대 발전방식은 마을환경과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시의 행태도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함세호 전 경포동 주민자치위원장(64)은 “시에서 지금이라도 공청회를 여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100㎿급 이상의 발전소 건립에 대해선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30㎿급의 경우엔 공청회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사업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각종 인허가를 취득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거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제이에스이엔디 관계자는 “산대월리 40가구 중 37가구, 사천면 16개 마을 중 15개 마을, 경포동 통장 22명 모두의 서명을 받는 등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진행한 사업”이라며 “실제 강릉과 같은 급의 발전소를 운영 중인 부산엔 인근에 10만 가구가 살고 있으며, 해운대와 1.2㎞ 떨어져 있는데도 관광객 수용 등에 전혀 지장이 없는 만큼 경포호와 5㎞ 이상 떨어진 부지에 발전소를 세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릉=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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