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손톱’만 한 우박 후드득 농작물 ‘갈기갈기’

입력 : 2021-05-03 00:00 수정 : 2021-05-0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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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영 강원 삼척 원덕농협 조합장(오른쪽)이 우박을 맞아 갈기갈기 찢어진 옥수수잎을 살펴보고 있다.

경북 영덕 지역 피해 집중

4월 중순 한파 이어 설상가상

착과 얼마 안된 사과열매 손상 정확한 피해파악 3~4일 소요

강원 삼척 원덕 일대 피해 옥수수·고추 잎 찢어지고 구멍

인력난에 복구작업도 어려워 수확량 감소 우려…망연자실

 

“엄지손톱만 한 우박이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져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어떻게 손쓸 수도 없었습니다.”

4월30일 찾은 경북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의 한 과원. 농장주 유기수씨(71)는 전날인 29일 오후 2시30분경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만1570㎡(3500평) 규모의 사과 과수원에서 열매솎기(적과)에 한창이던 유씨는 떨어지는 우박을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던 상황을 담담히 얘기했다. 유씨는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굵다란 우박이 30분가량 쏟아져 황급히 원두막으로 피신했다”면서 “착과된 지 얼마 안된 사과열매가 다쳤을 텐데, 당장 육안으론 피해 확인이 어려워 난감하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엔 29일 곳곳에 산발적으로 우박이 내렸다. 상주 화서면과 모서면에서는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지름 0.5㎝ 크기의 우박이 떨어졌다. 봉화·안동·영덕·청송 등지에도 시간차를 두고 우박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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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영덕군 지품면 일대에 내린 우박. 크기가 어른 손톱만 하다.

다행히 우박 피해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손해보험 경북총국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까지 우박 피해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모두 24건, 피해면적은 7㏊ 규모다. 피해 지역은 상주·안동·영덕 등지며, 특히 영덕지역이 22건(5.8㏊)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유씨 과원처럼 현재 영덕지역 과수원은 적과가 진행 중인 유과기로, 정확한 피해 규모는 최소 3∼4일 지난 후에야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연이은 자연재해로 지품면 일대 과수농가들은 농번기를 맞자마자 영농 의욕이 꺾인 상태다. 4월 중순의 기습 한파에 이어 우박까지 쏟아져 농사 시작단계부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다. 유씨 과수원 바로 옆에서 51년째 사과를 재배하는 유기만씨(75)는 “저온피해로 어쩔 수 없이 중심과를 솎아내고 주변의 작은 열매라도 키우려던 참에 우박 피해를 봤다”며 “지난해에는 여름철 태풍 피해로 속을 썩였는데, 올해는 봄부터 이러니 속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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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사과농가의 열매가 우박을 맞아 ‘멍’이 든 것으로 보인다. 잎 또한 찢어지고 상처가 난 상태다.


경북농협지역본부(본부장 김춘안)는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우박을 맞아 찢어진 잎을 통한 병균 침입이 예상되는 만큼 살균제 살포를 지도한다. 피해 규모가 확정되는 대로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춘안 본부장은 “봄철 갑작스런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영농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농가들도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작물재해보험에 반드시 가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지역에서도 우박 피해가 발생했다. 29일 오후 3시께 삼척시 원덕읍 일대에 지름 1㎝ 크기의 우박이 10여분간 내려 고추와 옥수수 등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했다. 3966㎡(1200평) 규모로 고추 등 밭농사를 짓는 박현석 이천3리 이장(61)은 “우박이 순식간에 어찌나 많이 내리는지 고춧잎이 다 떨어지고 바닥이 아주 새하얘졌다”며 “심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피해를 봐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박 탓에 넘어진 고춧대를 세우기 위해선 일손도 필요한데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고, 수확량도 줄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옥수수는 잎에 구멍이 나거나 아예 주저앉기도 했다. 옥수수를 재배하는 전흥규 노곡3리 이장(65)은 “우박을 맞은 옥수수는 잎이 구멍 나거나 갈기갈기 찢어졌다”며 “옥수숫대가 약해서 앞으로 더 크지 못하고 시들면서 주저앉을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민경영 원덕농협 조합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로 농가들이 경영불안을 느끼거나 재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협이 앞장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영덕=김동욱, 삼척=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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