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인기…‘입도선매’ 되나

입력 : 2021-04-07 00:00 수정 : 2021-04-0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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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2리 공동육묘장에서 농민들이 볍씨를 파종하고 모판을 설치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철원=류진열 객원기자

쌀값 강세…벼 재배의향 늘고 벌써부터 원료곡 확보 움직임

전남·충남·강원지역 위주 ‘조생종’ 선호도 크게 증가

농가, 다수확품종으로 전환

“가격 안정” - “시장 부담” 향후 전망 두고 의견 분분

 

올해산 벼 재배 동향이 심상찮다. 전체적으로 농가들의 벼 재배 의향이 증가한 가운데 조생종 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강원 일부 지역에선 ‘논떼기’ 거래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속된 쌀값 강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쌀 생산량 1∼2위를 차지하는 전남과 충남 지역, 조생종 벼 주산지인 강원지역의 상황을 살펴봤다.


◆전남, 조생종 벼 인기 ‘고공행진’=전남지역은 지역별로 못자리 작업이 막 시작된 가운데 2021년산 조생종 벼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원료곡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이 일찌감치 가을에 수확할 벼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생종 벼 주산지인 고흥을 중심으로 재배 확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흥양농협 관계자는 “지역 내 조생종 벼 재배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쌀값 강세에다 쌀이 모자라다는 이야기가 산지에 파다해 올해 단경기(7∼9월) 쌀값이 오를 것으로 본 농가들이 조생종 벼 재배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이른 추석(9월21일)도 조생종 벼 재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흥양농협은 조생종 벼 물량 조기 확보를 위해 공동육묘 물량을 대폭 늘렸다. 손영철 상무는 “물량 확보를 위해 지난해 800장 정도였던 모판 공급물량을 올해는 6500장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문균 보성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조생종 벼 재배가 늘어나 시장에 조기 유입되면 현재의 쌀 부족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가격도 안정되는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생종 벼가 예상치보다 많이 늘어날 경우 오히려 단경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벼 재배가 금지됐던 고흥만 간척지에서 올해 벼 재배가 허용된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조기영 농협경제지주 전남지역본부 양곡자재단장은 “쌀값에 대한 기대심리로 조생종 벼 재배가 너무 많이 늘어 시장에 부담이 될까 걱정”이라면서 “특히 조생종 벼는 언피해에 약한 데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만큼 농가들이 신중하게 재배를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논 매매가격 상승에 다수확품종 선호=충남지역에선 전체적으로 벼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보령 남포농협은 지난해 전체 논 면적 1920㏊ 가운데 120㏊에서 논콩을 재배했으나, 올해는 콩 재배 면적이 90㏊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 벼 재배면적은 1800㏊에서 1830㏊로 1.6%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2021년 벼 재배의향면적이 전년(72만6432㏊)과 견줘 0.3% 증가한 72만8700㏊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는데, 남포면 지역 상황이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충남의 대표적 쌀 주산지인 당진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쌀값 강세에 따라 타작물재배와 휴경지가 줄고 있어 벼 재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영향으로 논 매매가격도 올랐다는 게 지역 농민들의 전언이다. 2018∼2019년엔 3.3㎡(1평)당 8만∼1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만∼1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

수확량이 많은 품종으로 전환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박승석 당진해나루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고품질 벼에서 다수확 품종으로 갈아타려는 농민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최근 고가미와 중저가미의 가격 차이가 예전보다 많이 좁혀진 것도 다수확 품종 재배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강원, ‘논떼기’ 거래도 등장=강원지역도 조생종 벼 선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벼농사를 가장 일찍 시작하는 강원 철원지역에선 모내기를 한달여 앞두고 평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상인들이 일찌감치 농가들에 조생종 벼를 일찍 심으라고 권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이를 두고 지난해 흉작으로 당장 원료곡이 부족해진 데다 쌀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상인들이 수확철 햅쌀을 선점하려고 지금부터 발 빠르게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이웃 농가가 최근 한 상인으로부터 올가을 수확 예정인 벼를 미리 사고 싶다(논떼기 거래를 의미)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지역 농협도 사태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동송농협 관계자는 “농가들 입장에선 어차피 쌀 수확량의 30%가량을 농협 수매를 거치지 않고 자가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상인들과 거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인들도 올해 추석이 이른 데다 쌀 부족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터라 전국에서 햅쌀이 제일 빨리 나오는 철원지역 조생종 벼 선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농가들은 벼를 일찍 심으면 그만큼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상인의 말대로 이른 모내기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흥·보성=이상희, 보령·당진=서륜, 철원=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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