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로 일부 소유주 반대로 수십년 비포장”…주민 불편

입력 :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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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농소면 월곡리 김재현씨가 50년 전 주민들이 만든 후 지금껏 비포장 상태인 마을 농로를 가리키며 그간의 불편한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괴산 사리면 화산리 마을 개인 땅문제로 공사 못해

지자체도 손 놓고 방치만 하루빨리 제대로 보상해야

김천 농소면 월곡리 주민 농로계 만들어 토지 매입

분할등기 안해 소유권 없고 땅 주인 합당한 대가 요구

시 “토지사용 절차 진행 중” 

 

2008년 고향인 충북 괴산군 사리면 화산리로 귀농한 사과농가 김중웅씨(80)는 요즘도 마을 곳곳의 비포장 길을 보면 애가 탄다. 마을 중앙로에서 농로로 이어지는 폭 1.5∼2m, 길이 1.5㎞의 마을길 군데군데가 여전히 포장이 안된 채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다.

작은 오솔길이 수십년 동안 차가 오갈 만큼 넓어져 포장을 할 법도 하건만, 도로 일부에 사유지가 포함돼 있다는 게 문제다. 일부 소유주는 “포장이 되고 나면 나중에 사유지로 인정받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며 포장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장은커녕 광역상수도도 제대로 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씨는 “내 땅 1388㎡(420평)도 도로에 포함돼 있지만, 도로는 공익적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땅 주인이 조금씩 양보해 몇십년간 방치된 비포장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도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농촌 도로에 편입된 개인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인정하고 하루빨리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수차례 바뀐 소유주를 몰라 포장 자체를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 김천시 농소면 월곡리에서 상추·대파 등을 재배하는 김재현씨(71)는 4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집 앞을 가로지르는 길이 180m가량의 비포장 농로 때문에 15년 넘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람만 불면 흙먼지 날리고 비만 오면 질퍽해지는 터라 포장을 해야 하는데 소유주를 몰라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로의 역사는 50년 전인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지 사이에 제대로 된 길이 없어 불편을 느낀 주민 17명이 ‘원수골 농로계’를 조직했다. 농로 인근에 땅이 있는 계원은 땅을, 땅이 없는 계원은 돈을 희사해 농로를 만들기로 했다. 농로계는 그해 12월 3.3㎡(1평)당 300원의 값을 매겨 4만2900원에 472㎡(143평)의 땅을 사들여 현재의 농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농로에 편입된 토지의 소유주가 빈번히 바뀌고 계원도 서서히 줄면서 농로계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는 사이 농로에 대한 권리는 새로운 토지 소유주들이 가져갔다. 결성 초기 농로계원들은 주민들과 함께 사용할 목적으로 농로를 만든 터라 비용이 드는 토지 분할등기를 하지 않은 게 실책이었다.

김씨는 2006년 회비를 내고 농로계에 가입하면서 이런 내용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농로 포장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김천시청·국민권익위원회·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연이어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모두 같았다. ‘토지 소유주의 토지사용승낙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빛바랜 옛 농로계 장부를 펼쳐 보인 김씨는 “1972년에 계를 조직해 길을 만든 기록이 이렇게 다 있는데도 등기를 안한 바람에 소유권이 없어 포장을 못한다는 게 억울하다”면서 “지적도상 토지 소유주가 6명 정도인 것으로 확인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무슨 수로 일일이 토지사용승낙서를 받느냐”고 하소연했다.

시는 2012년 김씨의 이런 민원을 접수해 농로 포장공사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농로 초입에 거주하는 한 주민의 반대로 또 무산됐다. 합당한 대가 없이는 자신의 땅을 포장공사에 할애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이에 김씨는 올 1월에도 ‘시가 적극 나서 제대로 된 측량을 실시한 다음 토지 소유주들을 찾아 적절한 보상이 포함된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농로를 포장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70대를 훌쩍넘겨 자신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서다.

이와 관련해 시는 현재 토지 소유주 확인 작업을 마치고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취재를 마친 후에야 밝혔다. 시 관계자는 “토지 소유주들이 토지 사용을 승낙해주기만 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포장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괴산=유재경, 김천=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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