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에서 세대가 공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입력 : 2021-01-13 00:00 수정 : 2021-01-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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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말하기 부끄러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201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하 청창농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꽤 매력적인 사업이다. 비록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들에게 3년간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형평성과 성과를 주요한 지표로 보는 것이 대부분의 지원사업일진대, 이 사업은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금을 당사자에게 준다는 점에서 농식품부의 큰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청창농사업 안에서도 승계농과 달리 귀농한 청년들은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다. 지역에 귀농해 2018년 청창농사업에 선정된 청년이 있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농지를 구입하거나 임차한 후 농가경영체등록을 해야 한다. 이 청년은 분명히 4297㎡(약 1300평)의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지만 주인은 임대차 서류를 써주지 않았고, 직불금도 본인이 가져갔다.

이런 사실을 안 나는 면사무소를 방문해 직불금과 관련한 부정수령에 관해 신고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분명히 담당 직원 앞에는 그런 신고를 접수한다는 표시가 있음에도, 면사무소 전체의 분위기가 일순간 이상해졌다. 담당자는 책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책임자는 본인이 결정하지 않고, 자신보다 윗선인 부면장까지 불러 결국 세사람의 공무원과 이야기를 하게 됐다. 부면장의 첫마디는 이랬다.

“이 신고를 하셔도 당신에게는 어떤 이득도 없습니다.”

“나는 이득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이것은 법을 어기는 일이지 않습니까?”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 일이 문제가 된다면 당신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것이 협박으로 들렸다. 더불어 지역에서 회자되는 ‘시골에서는 비밀이 없다. 민원을 넣으면 비밀이 보장된다고 말은 하지만 그 다음날이면 대부분 알게 된다. 심할 때는 공무원이 피고발인에게 고발 사실을 알리면서 누가 신고했는지 힌트를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그 청년은 얼마간 지역에서 지내다 도시로 다시 돌아갔다. 지금도 가끔 미안함과 함께 ‘청년에게 시골이나 어른들은 어떤 존재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도 그렇지만 어르신들은 종종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좋다는 말을 한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청창농사업도 이러한 큰 그림을 가지고 하는 일이니 일개 촌부가 무어라 할 바는 아니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이런 사업에서도 약자는 소외된다는 것이다.

최근 시골로 들어오는 청년 대부분은 농사를 통해 경제적 필요를 해결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 몇년간은 텃밭 정도를 경작하면서 지역에서 자기 재능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소모임이나 친목을 다지는 활동을 한다거나 마을 행사에서 음식을 나르기도 한다. 이런 이들이 숫자로 보면 절대적으로 많지만 지원책은 없다. 농식품부가 나서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공존이란 서로 인정하고,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정말 청년들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기는 한 것일까?

한가지 힌트는 있다. 언젠가 몇사람이 오랜 준비 끝에 마을에 씨앗도서관을 만들었다. 정말 최소한의 비용을 주며 마을 청년 한명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어느 날 마을에서 텃밭을 조그맣게 가꾸는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사실 텃밭만 조금 하니 씨앗도서관을 이용할 일이 없어. 하지만 매달 얼마간의 후원금을 내고 있지.”

“이용할 일도 없는데 왜 회비를 내세요?”

“다른 건 모르겠고, 그래야 마을에서 젊은 사람 하나가 또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공존이란 자고로 이런 것이다.


금창영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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