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2개월 지나도록 복구·보상 감감무소식”

입력 : 2020-10-16 00:00 수정 : 2020-10-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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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내린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 주민들과 장운봉 금성농협 조합장(맨 오른쪽)이 계향산 중턱에 조성된 임도를 찾아 물난리가 난 원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8월 폭우 때 임도 탓 물난리’ 주장한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 주민들 분통 

잘린 나무 등으로 배수구 막혀 마을로 내려오는 빗물량도 ‘쑥’

산림당국 “집중호우 따른 천재 농경지 등 복구는 최대한 지원”

 

“산림청이 만든 임도 때문에 평생 일궈놓은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으니….”

충북 제천시 금성면 계향산(해발 500m) 자락에 있는 월림1리에서 만난 이수근씨(69)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지 2개월여가 지났지만 산림당국의 피해 복구 및 보상은 아직 감감무소식이어서다. 이씨는 올 8월 내린 폭우로 오이밭 4950㎡(약 1500평)가 유실되거나 토사에 파묻혔다. 또 산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 물폭탄에 집 하단부 절반 이상이 파여나가는 피해도 봤다.

이씨는 “수습에 나서봤지만 피해가 워낙 커 완전한 복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산림당국이 계향산 중턱에 임도를 만들고 나서부터 물난리가 났다”면서 “칠십 평생 가까이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해는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산림당국은 2012년과 2019년 두차례에 걸쳐 계향산에 6.6㎞ 길이의 임도를 조성했다. 이때 호우에 대비해 임도를 따라 100여m 간격으로 배수로 60여개도 묻었다. 임도는 산림청이 조림사업이나 사방댐 건설, 산불 진화 등을 위해 만든 산길이다.

이웃 오이농가 김태옥씨(55)는 “임도 건설 전에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마을로 내려오는 (빗물) 양이 많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임도 완공 후 벌목한 나무와 부유물이 빗물을 타고 내려오면서 배수구가 막혔고, (막힌 배수로가 보 역할을 하며) 갇혔던 물이 물폭탄이 돼 삽시간에 농경지와 주택을 덮치는 산사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3만3000㎡(약 1만평)의 오이밭 중 2만3000㎡(약 7000평)가 토사에 묻히는 피해를 봤다.

고추 재배농민 정운진씨(65) 역시 “산길이 나면서 마을로 내려오는 빗물 속도가 빨라지고 그 양도 훨씬 많아졌다”면서 “특히 일부 배수구는 계곡이 아닌 산비탈을 향해 있어서 산사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마을주민들은 특히 산림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질타했다. 이번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올 7월 제천시에 임도 건설에 따른 수해 방지 대책을 요구했었다. 시는 곧바로 단양국유림관리소에 협조공문도 보냈다. 하지만 산림당국이 협조공문을 받고도 대처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월림1리 주민 50여가구는 현재 ‘산림청 인재수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산림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농작물 피해 보상 및 농경지 원상 복구 ▲마을시설 피해 즉각 복구 ▲임도의 전면적인 복구 및 마을 쪽 사방댐 설치 ▲주민의 정신적인 피해 보상 ▲주택 피해 보상 등이다.

정부용 월림1리 새마을지도자(56)는 “단양국유림관리소가 물난리가 났을 당시 주민들과 면담 후 임도의 일부를 응급 복구했지만, 지금까지 피해 보상 등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다”면서 “앞으로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집회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운봉 금성농협 조합장은 “월림1리 주민들은 집중호우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서 “이들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산림당국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림당국은 이번 사태는 인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많은 양의 비가 짧은 시간에 쏟아져서 산사태가 발생한 천재지변이지, 임도 때문에 마을에 피해가 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단양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 등도 월림1리처럼 집중호우 피해를 봤는데, 이는 워낙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국유림 자락에서 비 피해가 난 만큼 피해 주민들과 협의해 최대한 농경지 등의 복구는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천·단양=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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