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고 강력해진 태풍…밭에 그물망 덮었더니 피해면적 크게 감소

입력 : 2020-09-16 00:00 수정 : 2020-09-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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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에 대비해 형형색색 그물망을 덮어둔 제주지역의 겨울무밭.

잦아지고 강력해진 태풍…농작물 피해 줄일 방법은 

제주지역 밭작물농가들 강풍·폭우 대비 망 설치

무·양배추 손상 거의 없어 망 품귀현상까지 벌어져

농기센터 “실증시험 진행” 제주농협 “보급 지원 노력”

방풍림 조성방안도 급부상 전남농기원 “낙과 예방 효과”

 

지구온난화로 해가 갈수록 태풍이 잦아지고 강도도 드세져 이로 인한 피해규모가 점점 느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구책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태풍 피해를 막는 농민도 등장하고, 농업 관련 기관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빈도가 늘어나고 강해지는 태풍의 피해를 줄여보고자 노력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국내에서 태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제주지역의 경우 농가들이 설치한 그물망이 태풍 피해를 크게 줄여 눈길을 끈다.

제주는 올 8월말부터 9월초까지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태풍 3개가 연달아 지나갔다. 이들 태풍은 폭우와 함께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했는데, 겨울무·양배추 등 밭작물농가들은 밭을 그물망으로 덮어 피해를 대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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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겨울무를 재배하는 강동훈씨가 태풍 피해를 막고자 밭에 덮어뒀던 그물망을 보여주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서 겨울무를 재배하는 강동훈씨(59)는 “전체 재배면적 9만2400㎡(2만8000평) 가운데 7만2600㎡(2만2000평)는 그물망을 설치하고 나머지 1만9800㎡(6000평)엔 설치하지 못했다”면서 “그물망을 덮은 곳은 피해면적이 20% 정도지만 덮지 않은 곳은 거의 100%”라고 전했다. 그물망은 밭작물을 강풍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은 물론 강한 빗방울이 직접 때리는 것도 막아준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태풍 피해가 워낙 잦다보니 여러 대책을 모색하다 지난해부터 그물망을 쓰기 시작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밭의 위치나 그물망 종류, 설치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그물망을 설치한 밭은 태풍 피해를 70∼100% 막아냈다”고 말했다. 이웃농가 강모씨도 “6만6000㎡(2만평) 규모의 겨울무 밭에 그물망을 쳤더니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지나가도 피해면적이 10∼20%에 그쳤다”고 했다.

그물망으로 덕을 본 작물은 겨울무뿐만이 아니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서 양배추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6만6000㎡ 규모의 밭을 그물망으로 덮었더니 이번에 태풍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다”면서 “그물망이 태풍 피해 예방에 워낙 효과적이다 보니 농가들이 오히려 과잉 생산을 걱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물망은 한번 설치하면 20일가량 그대로 둬도 된다. 비용은 자재비와 설치·해체에 드는 인건비를 모두 합해 3300㎡(1000평) 기준 110만∼130만원이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은 “효과는 크지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설치를 망설이는 농가가 적지 않다”며 “행정당국에서 피해를 보상하는 비용보다 망을 보조하는 비용이 더 적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물망은 올해 찾는 농가가 크게 늘면서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밭에 설치된 그물망은 색깔부터 구멍 크기, 재질까지 농가마다 제각각이다. 한 농가는 폐어망을 구해 밭에 덮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작물의 종류와 생육단계, 재배환경에 따라 적합한 그물망의 구멍 크기, 재질 등이 다 다르다”면서 “몇해 전부터 실증시험을 하고 있는데, 올해말 생육 결과를 보고 작물별·상황별로 알맞은 그물망 활용법을 정해 농가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제주농협지역본부(본부장 변대근) 역시 제주농기센터의 실증시험 결과 등을 참고해 추후 원활한 그물망 보급을 도울 예정이다.

고우일 농협경제지주 제주지역본부 부본부장은 “그물망이 태풍 피해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상당 부분 입증됐다”면서 “그물망 규격 등이 정해지면 업체를 선정해 자재 공급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풍림 조성도 태풍 피해 예방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과수 낙과의 원인인 바람을 물리적으로 막는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4∼5m 높이의 방풍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삼나무가 대표적인 수종으로, 관리하기 편하고 비교적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질랜드에서는 방풍림을 벽처럼 조성하는 경우도 있어 나무를 빼곡하게 심고 계속 가지치기를 해 균일한 형태로 방풍림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제주=김재욱, 나주=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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