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에 배가 없어…생계 막막”

입력 : 2020-05-18 00:00 수정 : 2020-05-18 11:10
4월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배나무 꽃과 꽃눈이 피해를 본 경기 안성의 전예재씨가 4월25일 2차 언피해로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기형으로 생긴 배열매(작은 사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안성=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4월초 언피해 ‘강타’ 경기 안성 배농가 다시 가보니

4월말에도 기온 영하로 뚝 그나마 남은 과실 2차 피해

한그루에 열매 3~4개뿐 물량 부족해 출하약정 못해

“수세 위해 놔둔 기형과까지 재해보험 착과수 포함 씁쓸”


“예년 같으면 성목 한그루당 열매가 350개 안팎으로 달렸는데 올핸 많아야 서너개예요. 4월25일 또다시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그나마 달린 것에서도 2차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과수원을 둘러보던 경기 안성시 일죽면 능국리의 배농가 전예재(61)·황혜숙씨(54) 부부는 결국 고개를 떨궜다. 전씨의 농장은 4월5~6일 새벽 기온이 영하 7℃ 아래로 떨어지는 봄 추위로 배나무 820그루의 꽃이 대부분 녹아내리는 피해를 봤었다.

한달여가 지난 5월 중순 다시 찾은 전씨 농장엔 무성한 나뭇잎과 웃자란 가지(도장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전씨 말대로 열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달린 것도 7~8번 꽃이 결실한 비상품과나 기형과였다.

전씨 부부는 배농사 30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전례가 없는 이상기후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2만7107㎡(8200평) 규모 농장에서 상품과 수확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언피해는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져, 전씨는 당장 6월말 출하선도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정부 과실출하약정사업에 참여해 출하선도금을 받아 상반기 영농비로 사용해왔지만, 올핸 출하약정을 할 물량이 거의 없다. 지난해의 경우 3000상자(한상자당 15㎏) 출하를 약정하고 6월에 선도금 4500만원을 받았었다.

상황이 이러니 영농비도 걱정이지만 생활비 등 가계비용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부인 황씨는 “올해는 그나마 지난해 번 돈으로 버틴다지만 내년·내후년엔 어떻게 농사짓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전씨 부부가 걱정하는 또 다른 문제는 6월부터 시작되는 농작물재해보험 피해 조사다. 전씨는 “수세 관리를 위해 비상품과·기형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달아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 열매까지 착과수에 포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올해처럼 폐농 수준의 위기에선 농가가 재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보장상품 보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절망스럽지만 그렇다고 나무 관리를 소홀히 할 순 없어 전씨 부부는 요즘 수세 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맺힌 열매가 없다고 수세가 강해지도록 놔두면 내년과 그 이듬해 결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간 12번 안팎의 나무 소독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덕을 추가로 설치하고, 피해 나무 단근작업(뿌리를 잘라줘 잔뿌리 발생을 촉진해 이식을 쉽게 하는 작업)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누구 하나 언피해 과수원 관리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전문가가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필요하다면 연구용으로 농장 일부를 내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경기도 내 배 주산지인 안성지역은 올 4월 유례없는 언피해를 겪었다. 안성원예농협(조합장 홍상의)에 따르면 농가에 공급하는 배 봉지는 연평균 2500만장 정도지만, 올해는 1000만장 안팎으로 예상했다. 봉지만 놓고 보면 올해 안성배 생산량은 예년보다 절반 넘게 주는 셈이다.

안성=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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