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타버린 배꽃·사과꽃…농심도 까맣게 타버리다

입력 : 2020-04-10 00:00 수정 : 2020-04-11 23:46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왼쪽)이 8일 언피해를 본 충남 천안의 배 과수원을 찾아 피해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과수 개화 예년보다 빨라 주말 꽃샘추위에 속수무책

경기·전남·경북·경남 등 과수 피해만 3900여㏊ 달해

농가 신고 잇따라 면적 더 늘듯

경북 복숭아 농가 등도 울상 남부지역 단감·매실 일부 피해
 



봄철 때아닌 기온 급강하로 배·사과·복숭아 등 과수에 언피해가 대거 발생했다. 따뜻한 겨울날씨로 인해 예년보다 개화가 빨라진 상황에서 5~6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 과수농가들은 이번 피해 규모가 언피해가 극심했던 2018년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뜻하던 기온 ‘뚝’…피해 키워=5~6일 상당수 배·사과 주산지의 최저온도가 개화기 과수 언피해 한계온도보다 낮은 영하로 떨어졌다. 개화기 한계온도는 사과는 영하 2.2℃, 배 영하 1.7℃, 복숭아 영하 1.1℃다. 과수는 꽃이 펴 있는 기간에 온도가 한계온도보다 낮아지면 암술의 씨방이 검게 변하면서 죽는데, 이러한 언피해가 배·사과·복숭아 등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과수의 생육이 빨라진 점도 언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올해 배꽃 개화시기는 평년보다 최대 9일, 지난해보다 최대 5일 빨라졌다. 사과 역시 지난해보다 개화기가 5~10일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돼왔다.

문병우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 원예학과 교수는 “지난 주말엔 꽃봉오리 상태의 배나무조차 피해를 볼 정도로 온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꽃이 핀 나무는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18년 개화기 언피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8년에는 개화기 최저온도가 영하 5℃~영하 1℃로 떨어지면서 과수피해 면적만 3만3819㏊에 달하는 언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저온으로 과수 언피해 면적은 7일 기준 3926㏊에 달한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잠정 집계다. 작목별로 보면 배가 2867㏊로 가장 많았고 사과가 739㏊, 복숭아가 104㏊로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 배피해는 전남(1391㏊)·경기(949㏊)·경북(345㏊) 순으로 많았다. 사과피해는 경남이 620㏊로 가장 많았고, 충북이 109㏊로 그 뒤를 이었다. 복숭아는 경기(71㏊)·경북(25㏊)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농가들의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실제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왼쪽)이 8일 경기 안성의 한 배 과수원을 찾아 언피해를 본 꽃잎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이희철 기자


◆배=경기 안성, 충남 천안, 전남 나주 등 배 주산지는 대부분 언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안성은 배 재배면적 전체에서 저온피해가 확인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일죽면의 기온이 영하 7.9℃까지 떨어지는 등 대부분 지역이 주말 새 영하의 날씨를 보인 탓이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역 내 농가 대부분 언피해를 봤고, 피해가 심한 곳은 과원의 모든 나무가 피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천안·아산·논산 등 충남권도 적잖은 피해를 봤다. 천안지역은 60~70㏊에서 언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나주는 전체 재배면적(1943㏊)의 절반 정도가 언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나주의 배농민 권상준씨는 “1만3223㎡(4000평) 규모로 배농사를 짓는데 전체 면적의 90%가 언피해를 봤다”며 “배농사 30년 동안 올해 같은 규모의 언피해는 처음이고, 2018년 언피해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밖에 울산은 150㏊, 강원·충북·경북·경남 지역 등지에서도 배 언피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사과=배보다는 덜하지만, 사과도 언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다. 경남은 7일 기준 거창·함양의 언피해가 컸다.

충북은 지난 주말 영하 5~6℃까지 기온이 내려간 곳이 있는 만큼 피해를 확인하고 피해 면적 집계에 나섰다. 최창원 충북도 유기농산과 주무관은 “사과 꽃봉오리가 말라 죽거나 갑자기 나무에서 떨어지는 등의 피해가 나타났다”며 “언피해가 심했던 2018년 수준 혹은 그보다 더 피해가 심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아직 피해가 드러나지 않은 지역에서도 추가로 피해가 보고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영천·포항으로 가보니 많진 않아도 <홍로>는 일부 고사한 꽃눈이 보였다”며 “꽃이 피기 전에는 꽃눈이 영하에서도 버티는 힘이 있지만 한계온도보다 더 떨어진 곳에서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계속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육안으로 피해가 바로 확인되지 않는 만큼 뒤늦게 피해가 확인되면 피해 면적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숭아·자두=개화기가 배와 비슷한 복숭아와 그보다 일찍 꽃을 피웠던 자두도 언피해를 받았다.

경북도에 따르면 5~6일 봉화·청송·상주 등의 최저기온이 영하 6℃까지 떨어지면서 복숭아·자두도 큰 피해를 봤다. 영천시 청통면 애련리에서 6600㎡(2000평) 규모로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현봉씨(57)는 “꽃이 핀 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수정이 불안정하게 됐다”며 “결실이 된다 해도 열매가 온전치 않아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면에서 9900㎡(3000평) 규모로 자두농사를 짓는 전용일씨(59)는 “저온으로 인해 수정이 끝나기도 전에 꽃잎이 떨어지고 수술이 거무스름하게 변해버렸다”면서 품질 저하를 우려했다.

복숭아 주산지인 충북은 경북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으나 과수원 저지대를 중심으로 일부 언피해가 발생했다.

◆단감·매실=경남·전남 등 남부지방의 단감도 일부 피해가 있었다.

안광환 경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 연구사는 “올겨울과 봄에 날씨가 따뜻해 단감 주산지인 진주지역은 새순이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나왔는데,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지면서 새순이 얼어버렸다”며 “결국 냉해를 입은 단감나무는 열매를 달지 못해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어린 열매가 맺힌 매실도 피해를 봤다. 박한균 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은 “매실은 어린 열매가 언피해를 봐 열매가 맺히더라도 생육부진으로 떨어져 버리거나 기형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태억, 황송민, 노현숙, 오현식, 이문수, 황의성, 이승인, 오은정·김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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