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공동취사장도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도시락으로 대체”

입력 : 2020-04-06 00:00 수정 : 2020-04-07 00:00
최진열 강원 철원농협 조합장(오른쪽)이 농민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봉지에 담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못자리 설치 공동취사장’을 열지 않았다.

강원 철원 ‘못자리 설치 공동취사장’ 가보니 

코로나19로 운영 방침 변경 드라이브 스루 방식도 도입

농민들 “끼니 챙겨줘 고마워” 농협 “배부체계 안정화 노력”
 

강원 철원농협이 2일 농민들에게 배부한 도시락. 밥과 반찬이 5인분씩 담겨 있다.


“이게 하나에 5인분이라고요? 우린 열다섯명이니까 3봉지 가져가면 되겠네요?”

2일 오전 10시30분께 도착한 강원 철원군 철원읍 외촌리 철원근대문화유산 전시장 한편. 예년 같으면 ‘못자리 설치 공동취사장’이 본격 문을 열고 못자리 작업 도중 끼니를 해결하러 온 농민들을 맞느라 분주했을 텐데 올해는 어색하게 줄을 선 일부 농민들만 눈에 띄었다. 이들은 철원군과 철원농협(조합장 최진열)이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으려고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공동취사장 운영주체인 군과 철원농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올해는 도시락을 배부하는 것으로 운영 방침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전과 사뭇 달라진 풍경에 모두 낯설어하는 눈치였다. 도시락마다 <철원오대쌀>로 만든 밥과 미역국·떡·고기볶음·두부조림·숙주나물·김치·김 등이 5인분씩 담겨 있었다. 덜어 먹을 수 있는 작은 용기 10개와 일회용 수저, 생수도 보였다.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이곳엔 각 작업장을 대표해 한명씩만 왔다. 이들은 10인분·15인분 등 저마다 챙겨야 하는 인원수에 맞게 도시락을 받고 나서 가벼운 눈인사만 주고받은 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최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이 잇따라 발생한 영향인 듯했다. 한명이 많은 도시락을 챙겨가야 하는 곳은 차 안에서 받을 수 있도록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방식도 도입했다.

이곳에서 만난 농민 김모씨(62)는 “매년 이맘때면 공동취사장에서 친구들과 점심 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게다가 도시락을 받고 흩어져 각 농가끼리도 따로 먹는 게 몹시 낯설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철원평야 너른 땅의 모내기 준비를 위해 해마다 이맘때면 못자리 설치로 장관을 이루는 곳. 벼농가들이 대거 작업에 참여하지만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있는 평야 주변엔 식당이 없는 데다 중간에 검문소가 있어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기에, 군과 농협은 농가들의 영농 편의를 돕고자 2001년부터 매년 4월 공동취사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600명에서 많게는 800명까지 이용하는 공동취사장은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해갈 만큼 전국적인 명물로 자리 잡았지만, 이곳도 올해 코로나19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박경선 철원농협 팀장은 “농민들에게는 같이 밥 먹으면서 평소 살아가는 이야기와 영농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모이지를 못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시락 배부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운영 예산 6000만여원 가운데 군이 3000만원, 농협중앙회가 150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철원농협이 부담한다.

3만3057㎡(1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여성농민 이소저씨(67·화지리)는 “그래도 끼니를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을 지원해줘 감사하다”면서도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다시 공동취사장에서 함께 식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최진열 조합장은 “못자리 설치철인 지금이 연중 일손이 가장 부족한 시기인데, 코로나19로 대민 지원도 끊겨 걱정이 크다”며 “도시락 배부시스템을 더 안정화하고, 농민들의 영농 편의를 높일 방안을 고민해 실천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동송농협(조합장 진용화)도 미곡종합처리장(RPC)에 ‘못자리 지원 공동급식소’를 열고 농민들에게 1인분씩 포장된 도시락 120여개를 배부했다. <철원오대쌀>로 지은 밥과 시래깃국·고기볶음·우엉조림·깍두기·시금치나물에 떡과 음료를 제공했다. 동송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일부 지원금을 보조받아 21일까지 매일 도시락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철원=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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